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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육계 : 30. 반객위주(反客爲主) -병전계(幷戰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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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육계 : 30. 반객위주(反客爲主) -병전계(幷戰計)

선비가라사대 2018. 12. 29.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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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0 計: 반객위주(反客爲主). 손님이 반대로 주인이 된다.

 

주객을 전도시킨다. '반객위주(反客爲主)'란 손님이 주인으로 바뀐다는 뜻으로, 때를 보아 실력을 강화하고 남의 군대를 겸병하여 객군을 주군으로 바꾸는 계략을 말한다.

구르는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낸다. 틈이 생기면 우선 발을 집어넣고, 점차 상대방의 주요기관을 잠식해 들어간다. 점괘의 진행 과정으로 유추해 보면 순리대로 나아가야 비로소 자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주객이 전도되다. 말 그대로 주객을 전도시켜 주도권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즉, 수동적 위치에 놓여 있다가 주인의 자리까지 차지해 버리는 것이다.

 

원문은 다음과 같다.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주도권을 차지한다. 다만 서두르지 않고 점진적으로 성사시킨다.[乘隙揷足,扼其主機,漸之進也.]"

 

1. 원소와 한복

삼국지에 나오는 원소(袁紹)와 한복(韓馥)의 이야기는 반객위주의 전술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야기다. 이 두 사람은 원래 우방이었다. 일찍부터 공동으로 동탁(董卓)을 토벌하는데 힘을 합쳤던 친구였다. 후에 원소의 세력이 점점 강대해졌지만 병사들에게 먹일 식량이 부족하게 되었고 원소는 평소에 자신에게 식량을 대어 주던 친구인 한복이 다스리는 곡창지대 기주(冀州)를 공격하기로 맘먹는다.

 

그러나 친구를 공격할 명분이 없었던 원소는 반객위주의 전술을 사용한다. 공손찬의 공격에 친구를 도와준다는 명분으로 군대를 대리고 기주 땅으로 들어간 원소는 요직에 자신의 부하들을 하나둘씩 앉히고 결국엔 모든 권한을 쥐게 된다.

그야말로 손님에 되어 들어 온 사람이 결국엔 주인이 되어 버린 형국을 만든 것이다. 

 

2. 유비의 입촉

'반객위주'의 달인이라 하면 역시나 유비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조조에게 몸을 붙이고 있으면서 슬그머니 서주성을 차지했으며, 동오로 피신해서 조조와 손권을 싸움 붙이고 자신은 형주를 슬그머니 차지했고, 장로의 위협에 도움을 청하는 유장에게로 가서 또 슬그머니 촉을 집어삼켜 버렸다.

 

유장은 한중을 차지하고 있는 오두미교의 교조, 장로의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장로에게 항복하자는 의견과 외부의 힘을 빌려 장로를 막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빌리고자 하는 외부의 힘'으로 물색된 것이 조조와 유비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동족'인 유비의 힘을 빌리기로 한다.

 

이에 유비는 방통을 군사로 삼아 병사들을 이끌고, 장로가 쳐들어온다는 가맹관으로 가서 주둔하고 있었다. 그런데 때마침 東吳에서 형주를 빼앗고자 술책을 부려 손부인은 오나라로 돌아갔고, 또한 조조군은 유수로 침범해 왔다는 소식이 제갈량으로부터 전해진다.

 

그래서 유비는 방통과 상의한다.

"조조가 손권을 이기면 반드시 형주를 빼앗으려 할 것이고, 손권이 이겨도 반드시 형주를 빼앗으려 들 것이니 어떻게 해야 하겠소?"

"주공께서는 걱정 마소서. 공명이 그쪽에 있으니 동오가 감히 형주를 침범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주공께서는 유장에게 편지를 보내서 '조조가 손권을 공격하여 손권이 구원을 청하고 있소. 장로는 자신을 지키는 도적일 뿐, 감히 침범해 오지는 않을 것이오. 그러니 나는 이제 형주로 돌아가 손권과 함께 조조를 치려하오. 그러나 군사는 적고 군량은 모자라니 정예병 3,4 만과 군량 10만 섬을 도와주시기 바라오' 라고 말씀하소서. 그리고 군마와 군량을 얻게 되면 그때 다시 의논 드리겠습니다."

 

유비의 편지를 받은 유장은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했다. 황권이 유장에게 말했다.

"유비는 사납고 야심 찬 호걸이옵니다. 오랫동안 촉에 머물러 두고 보내지 않는 것은 호랑이를 안방에서 키우는 꼴이옵니다. 그런데 이제 다시 군마와 군량을 보낸다면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 주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사옵니까?"

이에 유장은 늙고 약한 군사 4천명과 군량 1만 섬만을 보내기로 했다.

 

유장의 답장을 받은 유비는 불같이 노했다.

"나는 너를 위해 적을 막느라 애쓰면서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너는 이제 재물이나 아끼며 이렇게 인색하게 구니 어찌 군사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겠느냐!"

즉시 답장을 찢고 큰 소리로 욕을 하며 벌떡 일어섰다. 방통이 계책을 아뢴다.

"저에게 세가지 계책이 있사옵니다. 주공께서는 한가지를 선택하소서."

"어떤 세가지요?"

"지금 즉시 정예병을 골라 뽑아 이틀 길을 하루에 도와 곧장 蜀郡(촉군)을 기습하는 것이 上策(상책)이고, 형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 관을 지키고 있는 양회와 고패가 전송하러 나올터이니 그들을 바로 죽이고 관을 빼앗아 성도로 쳐들어 가는 것이 中策(중책)이옵니다. 그리고 백제성으로 물러났다가 형주로 돌아가서 천천히 빼앗을 계획을 세우는 것이 下策(하책)이옵니다. 만일 망설이며 가지 않으셨다가는 멀잖아 큰 곤란이 닥칠 것이옵니다."

"상책은 너무 빠르고 하책은 너무 느리오. 중책이 늦지도 빠르지도 않으니 그것으로 합시다."

 

이에 촉을 지키기 위해 들어왔던 유비군은 침략군으로 변해 순식간에 촉을 먹어 들어가 결국 촉의 수도인 성도마저 함락시켜, 촉을 차지해 버린다. 이야말로 손님으로 촉에 들어가 트집을 잡아 결국엔 촉의 주인자리를 차지해 버린 '反客爲主(반객위주)'의 예라 할 것이다.

 

3. 법정의 반객위주

촉나라의 전략가 법정(法正)이 황충(黃忠)에게 작전 계획을 설명했다.

"하후연(夏侯淵)은 경박한 사나이입니다. 무용뿐이지 계략이 없습니다. 군사를 격려하여 진지를 구축해 가면서 한 걸음씩 전진하여 그를 유인하면 반드시 포로로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바로 객을 바꾸어 주가 되는 계략입니다."

황충은 이 반객위주의 계략에 따라 진지를 구축해 가면서 며칠 동안 쉬었다가 또 전진하고 했다.

하후연은 이 소식을 듣고 황충을 공격하려 했다.

"이건 반객위주의 계략입니다. 지금 공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싸우면 반드시 패하게 될 것입니다."

장합이 한사코 말렸으나 하후연은 끝내 듣지 않았다. 과연 하후연은 황충에게 유인되어 마침내 함정에 빠져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4. 현대적 적용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

둥지의 어미 새가 그 알을 자신의 알 인줄 알고 품어주면 뻐꾸기 새끼는 원래 알 보다 먼저 부화해서 어미 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혼자 독차지한다. 몸이 커진 뻐꾸기 새끼는 원래 알을 둥지 밖으로 떨어뜨려 버리고 둥지의 주인이 된다.

이런 뻐꾸기의 생존 전략을 병법에서 찾으라면 반객위주(反客爲主)의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의미의 이 전술은 원래는 손님(客)이었는데 나중에 주인을 몰아내고 자신이 주인(主)이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벤처업계나 기업 조직에서도 이런 전술은 부지기수다. 어느 틈인가 슬며시 회사에 한 발짝 발을 들여놓는가 싶더니 결국엔 원래 주인이 일생을 바쳐 연구하여 만들어 놓은 기술과 회사를 슬쩍 자기 것으로 만드는 기술을 가진 사람은 이 전술을 확실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반객위주의 전술은 군사학에서 전쟁 중에 피동의 입장에서 주동의 입장으로 변화를 시도하여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거나 쟁취하는 전략을 말한다. 전쟁의 상황은 다양한 요소에 의해서 언제나 바뀐다. 이렇듯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유리한 지위를 점령하여 주도권을 쥐고 나가야 결국 주인으로서 승리하는 것이다.

 

이 전술은 논리적으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째. 상대방의 모든 빈틈을 최대한 찾아내라!

어느 조직이든 빈틈은 반드시 있다. 그 빈틈을 발견하는 것이 이 전술의 시작이며 가장 중요한 요소다.

 

두번째. 발견한 그 빈 틈 속으로 내 발을 한 발 밀어 넣는 것이다.

이 때 상대방이 내가 그 빈틈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세번째. 상대방의 가장 중요한 핵심기관을 장악해야 한다.

이때는 가장 장악하기 쉬운 때를 기다려 전력을 다해 질주해야 한다.

 

네번째. 상대방으로 하여금 더 이상 해 보았자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때 매정하게 집 밖으로 내쳐서는 안 된다. 따뜻한 온정을 최대한 보여주고 내가 새로운 주인으로서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를 조직 내에 확산시켜 모두가 새로운 주인으로 나를 맞이하는 형세를 만들어야 한다.   

 

이 전술은 사실 적에게 사용하기보다는 우방에게 더욱 많이 사용되는 전술이다. 차라리 적이라면 얼마든지 대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시시각각 주도권을 잡으려고 조여 오는 상대방이 내가 믿는 사람이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래서 이 전술을 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도대체 언제 내가 갑자기 주인에서 객으로 바뀌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조직엔 영원한 손님도 없고 영원한 주인도 없다.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장악한 사람만이 늘 주인으로서 남는 것이 생존의 이치다.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도덕성 운운하며 원통해 해봤자 그때는 이미 때가 늦는다. 철저하게 자신이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치의 경계도 늦춰서는 안 된다.

 

생존은 끊임없는 긴장감과 변화의 유연함을 습득한 자만이 이룰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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