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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육계 : 27. 지상매괴(指桑罵槐) -병전계(幷戰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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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육계 : 27. 지상매괴(指桑罵槐) -병전계(幷戰計)

선비가라사대 2018. 12. 2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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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7 計 지상매괴(指桑罵槐) : 뽕나무를 가리키며 홰나무를 꾸짖는다.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을 복종하게 하려면 경고의 방법을 써야 한다. 단호한 가운데 복종을 이끌어 내고, 과감하게 행동해서 심복시킨다.[大凌小者,警以誘之.剛中而應,行險而順.] "

 

뽕나무를 가리키며 홰나무를 욕하다. 이는 상대방에 대해서 직접적인 비난이 곤란할 경우, 제3자를 비난하는 듯하게 하여 간접적으로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을 뜻한다.

 

자신이 가진 감정과 분노를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direct) 전달하는 것은 병법에서 금기사항이다. 아무리 상대방에 대하여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더라도 우회하여 전달하는 간접적 접근(indirect approach)이야 말로 가장 선호되는 병법의 원칙이다.

 

내가 꾸짖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욕을 함으로써 스스로 알아차리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전술을 병법에서는 지상매괴(指桑罵槐)라고 한다. 상(桑)은 뽕나무다. 괴(槐)는 홰나무다. 원래 꾸중하려고 하는 대상은 홰나무인데 뽕나무를 보면서 혼낸다는 뜻이다. 상대방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주기 위해서이다. 자신이 모시는 사장이 잘못했다고 직접적으로 대드는 임원은 분명 하수(下手)다. 이런 경우 어떤 결론이 나든 갈등의 요소는 여전히 조직 내에 남게되기 때문이다. 

 

1. 춘추시대 안영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濟)나라에 유명한 정치가 안영(晏嬰)은 이 전술을 충분히 이해한 사람이었다. 그가 제 나라 왕 경공(景公)을 모실 때 일이다. 어느 날 왕이 사냥을 나갔는데, 사냥지기가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부주의로 왕이 사냥한 사냥감을 놓쳐버렸다. 왕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그 자리에서 사냥지기의 목을 베라고 명령하였고, 같이 사냥을 나갔던 주변의 신하들은 말리지도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왕이 흥분하여 무리한 명령을 내렸다는 것은 모두 알았지만 나서서 제지하기에는 왕의 분노가 너무 컸다. 잘못하면 자신의 목숨이 날라 갈지도 모를 판이었다. 그러나 만약 그대로 나둬 사냥지기의 목을 치게되면 사냥감 때문에 신하의 목을 베었다는 소문이 왕에게 이로울 것이 없었다.

 

이 상황을 들은 안영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경공에게 즉시 나아갔다. 그러나 왕은 화가 머리 끝가지 나 있었고 여기서 어떤 말을 직설적으로 충고한다고 해서 왕의 무모한 지시가 철회될 리가 없었다. 안영은 이 순간에 직접 경공에게 충고하지 않고 우회하는 전술인 지상매괴의 병법을 선택하였다. 안영은 경공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냥지기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 게을리 했으니 죽어 마땅합니다. 제가 그의 죄상 세 가지를 지적하겠습니다. 그래야 세상 사람들이 아무런 말이 없고 사냥지기가 아무 반발을 못할 것입니다.”

 

왕은 안영이 자신의 결정에 동의하는 것에 흡족해 하며 안영에게 사냥지기를 단죄할 시간을 주었다. 안영은 사냥지기를 끌고 나오라고 해서 그에게 큰소리로 세 가지 죄목으로 추궁하기 시작했다.

 

너는 세 가지 죽을죄를 범했다. 첫째 죽을죄는 너의 맡은 바 임무인 임금님의 사냥감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둘째 우리 왕이 한낱 사냥감 때문에 너 같은 사람을 죽게 만들었으니 우리 왕이 너 때문에 부덕한 군주가 되게 되었다. 이것이 너의 두 번째 죽을죄다.

그리고 세 번째는, 우리 군주가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져봐라! 세상 사람들이 한낱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인 군주라고 비난 할 것이니 이것이 너의 세 번째 죽을죄다. 자 이러고도 살아남기를 바라느냐!”

 

안영이 이렇게 세 가지 죄상을 차근차근 말하자 이것을 보고 있던 경공은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잃어버린 사냥감 때문에 분노가 지나쳐서 사람을 죽이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깨닫고 슬며시 사냥지기를 놓아주라고 명령하였다.

안영은 직접적으로 자신이 모시는 주군과 충돌하지 않고도 우회적인 방법으로 신하 된 도리를 다하고 자신의 주군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였던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이렇게 우회하여 지적함으로써 상대방의 자존심을 살리고, 스스로 반성하여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사람이라면 그 조직을 승리로 이끄는 정말 고수(高手)다. 섣불리 감정으로 상대방과 정면 대결을 벌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2. 鄭莊公(정장공)

정장공은 자신이 없는 틈을 타 반역을 꾀하던 동생, 공숙 단을 처단하고 이에 내응하려 했던 어머니를 '황천에 가기 전에는 만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

 

정장공의 어머니 강씨는 정장공을 대할 면목이 없었다. 그래서 강씨는 궁중을 떠나 영 땅으로 갔다. 그 뒤 정장공은 鄭城(정성)으로 돌아가 탄식했다.

"내 하는 수 없이 동생을 죽였지만 어찌 모친마저 멀리 여의고 천륜의 죄인이 되었단 말인가!"

이때, 영곡 땅을 다스리는 지방 관리의 이름은 영고숙이었다. 그는 위인이 매우 정직해서 사사로운 정으로 매사를 판단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그는 원래 부모에게 효도하며, 형제간에 우애 있기로 유명했다. 그는 정장공이 그 어머니 강씨를 영 땅에다 안치시켰다는 소문을 듣고 탄식했다.

"어미가 어미답지 못할지라도, 자식은 자식의 도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주공의 이번 처사는 敎化(교화)를 상하게 하는구나."

 

영고숙은 몇 마리의 올빼미를 구해다가 정장공에게 바쳤다.

"이는 무슨 날짐승인가?"

"이 새는 올빼미라고 합니다. 낮이면 태산도 보지 못하며, 밤이면 능히 추호까지 분별합니다. 곧 조그만 것은 볼 줄 알지만, 큰 것은 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올빼미는 어릴 때 어미의 젖을 먹고 일단 장성하면 그 어미를 쪼아 먹기 때문에 세상에선 不孝(불효)한 새라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슴지 않고 이 새를 잡아먹습니다."

"..."

정장공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여기에서 영고숙이 '올빼미를 욕하면서 간접적으로 불효한 처사를 행한 정장공을 힐난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뽕나무를 가리키며 홰나무를 욕한 것이다.

 

이후 영고숙의 간언에 따라 지하에 황천을 만들고 그곳에서 어머니 강씨를 만나, 함께 정성으로 돌아왔다. 백성들은 정장공이 모친을 모시고 함께 돌아온다는 소문을 듣고 모두 이마에 손을 대고 행렬을 바라보면서 찬탄하였다.

"참으로 우리 주공은 효자로다."

그러나 이는 모두 다 영고숙의 공로였다.

 

뽕나무를 가리키며 홰나무를 욕하듯이 상대에게 위협을 주어 복종하게 만드는 계략이다.

넌지시 경고를 발한다.

 

강자가 약자를 굴복시키는 방법 중에 경고의 방법이 있다. 웬만한 강경책이면 상대의 지지를 얻을 것이고, 과감한 수단을 쓰면 상대를 굴복시킬 수 있다.

 

3.

'지상매괴'란 뽕나무를 가리키며 회나무 흉을 보는, 즉 직접적으로 상대를 비판하지 않고 제삼자를 비판함으로써 자기가 뜻하는 바를 간접적으로 상대에게 전하는 방법이다.

다시 말해서 직접 본인에게 명령하는 대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자기 의사와의 일치를 꾀하는 것이다.

거기다 전황이 긴박해지면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니, 명령을 생명으로 하는 군대에서도 여간 해서는 명령이 지켜지지 않는다. 이럴 때는 명령보다도 정보가 더 효과적이다.

 

원문에 강대국이 약소국에게 겁을 주어 복속시키려면 경고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방법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한다.

적절한 강경책을 쓰면 지지를 받게 되고 과격한 수단을 쓰면 꼽짝 못하고 복종한다.

흔쾌히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부대를 통솔하여 적과 싸울 때 그 부대를 잘 다루어서 지휘에 복종하게 하는 것보다 물질적인 것을 제공하여 회유하는 것이 간편하고 빠른 방법이지만 그 방법은 도리어 의심을 살 염려가 있다.

그럴 때는 고의로 그 부대를 꾸짖는 것으로써 은연중에 경고를 한다. 경고란 그 부대의 복종을 유도하기 위한 일동의 사전 정지 작업이다.

이것은 적절한 강경책과 상대가 미처 예측하지 못한 정도의 압력으로 그들을 복종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부하를 다루는 요령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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