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이야기

삼십육계 : 29. 수상개화(樹上開花) -병전계(幷戰計) 본문

글쓰기 관련/삼십육계(三十六計)

삼십육계 : 29. 수상개화(樹上開花) -병전계(幷戰計)

선비가라사대 2018. 12. 29. 06:38
반응형

제 29 計 수상개화(樹上開花) : 나무 위에 꽃이 피게 한다.

 

수상개화(樹上開花)란 나무 위에 꽃을 피운다는 뜻으로, 남의 병력을 빌려 적을 굴복시키는 책략을 말한다. 원래의 뜻은 그 동안 피지 않던 나무에 뜻밖에도 꽃이 피었다는 뜻인데 "쇠나무에서 꽃이 핀다"에서 나온 말이다.

여기서 나무는 나의 본래 모습이다. 꽃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과시다. 원래 나무에 달려있는 꽃이 아니라 만들어 붙인 꽃을 뜻한다.

 

원래 이 전술은 나무에 본래 꽃이 없는데 채색한 꽃을 만들어 나무에 붙여 진짜 꽃과 유사하게 만들어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진짜 꽃과 구별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의미로 사용된 것이다.

꽃이 없는 나무에 조화를 붙여 마치 화려한 모습을 보이듯이 병력수가 적더라도 많이 보이게끔 치장하여 적을 압도하라는 것이다.

원문에 보면 남의 병력을 빌려 진지를 구축하면 약소한 병력으로도 강대한 군대처럼 보이게 된다.

큰 기러기가 높이 날아오를 때 떨어뜨리는 깃털은 예식에 서 장식품으로 쓸 수 있다는 논리처럼 기세를 타야 세 과시가 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나무는 본디 꽃이 없는 나무지만 꽃을 피우게 할 수 있다.

 

즉 비단이나 종이로 오리고 색칠하여 조화을 만들고 나뭇가지에 그것을 붙이면,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는 쉽게 그 진위를 알아차릴 수 없다.

아무리 빈약한 가지뿐인 나무일지라도 아름다운 꽃을 만들어 붙이고 나뭇가지를 서로 결합시켜 찬란한 빛을 발하도록 완벽한 꽃나무를 만들어라.

이것은 곧 우군의 본진에 정예부대를 포진시켜 왕성한 기백과 웅장한 위세를 과시하여 적을 제압하라는 것이다.

 

나무 위에 꽃이 피게 한다. 뭔가 간략하지만, 원 뜻은 '꽃이 없는 나무 위에 꽃이 핀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의미이다. 쉽게 말해서 '없으면서도 있는 척' 하는 것이다.

 

부대의 다른 국면을 뻗쳐 유리한 진형을 만들면 비록 병력이 약하다 하더라도 진용을 강대한 것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

옛날 싸움에서는 선봉(先鋒)이라는 것이 있는데, 여기서 봉이란 창끝, 즉 무기의 끝에 붙어 있는 뾰족한 금속 부분을 말한다.

 

중국 군대에는 전통적으로 선봉이라고 하는 특별 정예 부대가 있다. 이것은 우수한 자들만 골라 특별 훈련을 실시하고 또 우수한 장비로 무장시킨 호랑이 부대이다.

주장(主將)은 기회를 엿보아 이를 결전장에 투입하여 적의 진지를 돌파한다. 그렇게 하면 이제까지 기가 죽어 있던 일반 부대도 갑자기 의기가 충천하여 선봉이 뚫어 놓은 곳으로 돌입해 간다.

이 선봉을 일반 부대의 선두에 세움으로써 전군의 전력을 폭발시키는 것--이것이 재를 뿌려 고목나무에 꽃을 피우는 수상개화이다. 그런데 주장이 무모하면 뜻밖의 피해를 보는 경우도 없지 않다.

 

 

"형세에 따라 위세를 떨치면, 작은 세력이라도 크게 보일 수 있다. 기러기가 하늘을 날며, 날개를 활짝 펴면 위풍당당하지 않은가.[借局布勢,力小勢大.鴻漸於陸,其羽可用爲儀也.]"

 

보통 병법들이 '있으면서도 없는척'을 강조한 것과는 대조된다. 손자병법 등의 병법서에서는 일관적으로 '우리측이 유리해도 열세하게 보이게 하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상대방의 방심을 이끌어 내서 승리를 취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없으면서도 있는 척' 이라는 것은 우세한 상대방의 경계를 이끌어 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판단을 주저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병전계가 아닌 패전계에 들어가야 하지 않는가 싶다.

 

 

1. 장판교위의 장비

유비는 형주에 있다가 조조의 군세에 쫓겨 동오로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백성들이 뒤를 따른데다가, 병사도 적어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 신세였다. 또한 조조군의 추격 속에 유비의 식솔들과 장수들도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태였다.

 

장비는 유비군의 후위를 맡아 長坂橋(장판교)에 버티고 섰다. 그의 휘하에 있는 병사는 기병 20여명뿐이었다. 장비는 다리 일대에 숲이 우거져 있는 것을 보고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 냈다. 병사들에게 나뭇가지를 잘라 말꼬리에 매달고 숲속을 달리게 하면서 흙먼지를 일으키게 했다. 그로 인해 복병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장팔사모를 비껴 든 채 다리 위에 멈춰서서 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빙이 이끄는 조조군이 장판교 어귀에 다다랐다. 장비가 호랑이 수염을 곧추세우고 고리눈을 부릅뜬채 장팔사모를 뻗쳐들고 다리 위에 말을 세우고 노려보고 있었다. 또한 다리 건너편 숲속에서 흙먼지가 뿌옇게 피어오르는 것으로 보아 복병이 있지 않을까 의심되었다. 이에 문빙은 감히 접근하지 못하였다.

 

잠시후 조인, 이전, 하후돈, 하후연, 악진, 장료, 장합, 허저 등의 장수들이 모두 도착했다. 이들은 모두 장비가 다리 위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제갈량의 계책이 아닌가 싶어 감히 접근하지 못하였다. 이에 조조가 보고를 받고는 앞으로 달려나왔다.

 

이를 보고 장비가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내가 바로 燕人 張翼德(연인 장익덕)이다! 어느 누가 나와 한 판 겨뤄 보겠느냐!"

목소리가 마치 천둥을 치는 듯했다. 그 소리를 듣는 조조의 군사들은 모두 겁에 질렸다. 조조가 급히 좌우를 돌아보고 말했다.

"전에 운장에게 들으니, 익덕은 백만대군에 둘러싸여 있는 上將의 목을 식은 죽 먹듯이 벨 수 있다고 하였다. 오늘 만났으니 가벼이 대적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장비가 또다시 외쳤다.

"싸우나 하면, 싸우지도 않고, 물러가나 하면 물러가지도 않으니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냐!"

 

장비의 고함소리에 조조의 옆에 있던 하후걸이 놀라 말에서 떨어졌다. 이와 함께 조조군의 모든 병사와 장수들이 일제히 달아났다. 사람은 썰물처럼 빠지고 말들은 산사태가 무너지는 듯 서로가 밟고 밟히었다.

 

장비의 위용과 숲속에 숨어있을지 모르는 복병 때문에 조조군은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복병이 있는 것처럼 보여 조조로 하여금 판단을 유보하게 하고, 나아가 판단을 그르치게 한 것이 바로 장비의 '수상개화'였던 것이다.

 

이후 장비는 장판교를 끊고 유비에게 달려가 자신이 한 일을 얘기했다. 유비가 말했다.

"나의 아우가 용감하긴 했지만, 잘못 생각한 것이 애석하다."

장비가 까닭을 묻자, 유비가 대답했다.

"조조는 지략이 뛰어난 사람이다. 네가 다리를 끊지 않았다면 그는 매복이 있지 않을까 하여 감히 전진하지 못했겠지만 이제 다리를 끊었으니, 그들은 우리가 겁을 먹고 있고 군사도 없다고 생각하여 반드시 추격해 올 것이다."

 

2. 기타 수상개화를 사용한 예

중랑장 노식이 패전과 지구전을 이유로 조정으로 잡혀가고, 동탁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하자 유비형제는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황건적에 쫓기는 동탁을 구해 줬으나 동탁으로부터 백신(벼슬자리가 없슴)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하자 다시 고향으로 향했다.

곧 마음을 돌려먹고 주전장군의 막하로 들어가 장보 토벌의 선봉이 되어 황건적 토벌에 나섰다. 이 ?? 장보는 수상개화의 요술을 부려 관군을 쫓아냈으나 유비는 돼지와 양과 개의 피를 이용해 술법을 깨뜨리고 대승을 거두었다.

 

 

3. 현대적 적용

군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자신의 역량이 비교적 작을 때 우군의 세력을 업거나, 혹은 상대방이 속아 넘어갈 만한 것을 만들어 자신의 모습을 실제보다 크게 만들 때 사용하는 것이다. 식량이 없을 때 모래를 넣은 쌀 가마니를 만들어 식량이 넉넉한 것처럼 꾸미거나, 병사들이 없을 때 아녀자들을 모아 군복을 입혀 병사들이 많은 것처럼 꾸미는 것 또한 이 전술을 이용한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 전술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기업이 자금이든 기술이든 나의 모자란 것을 남에게 보이지 않게 하려고 다양한 방법으로 과시하는 것이나, 정치권의 실세와 사진을 찍어 사무실에 걸어놓고 자신의 힘을 알아달라고 하는 것 모두 이 전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전술로는 호가호위(狐假虎威)가 있다.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자신의 힘을 과시한다는 뜻의 이 전술은 숱하게 벌어지는 일상사이다. 사장보다는 비서가 더욱 힘을 쓴다든지, 말끝마다 실세를 들먹이는 사람들은 선천적으로 이 전술을 습득한 사람들이다.

허장성세(虛張聲勢) 역시 유사한 전술이다. 괜히 소리를 질러 상대방에게 나의 세력을 크게 보이게 하는 전술이다. 여하간 이런 위장 전술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가이다. 정말로 잘 만든 꽃은 상대방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세상엔 도대체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허상인지 명확하지 않다. 너무나 진짜 같은 가짜가 있고, 진짜인데 가짜처럼 보이는 것이다.

 

명확한 판단과 냉철한 이성으로 상대방의 본질과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이 전술을 압도하는 방법이다.

 

손자병법에서는 이 전술의 다른 측면, 그러니까 내가 실력과 능력이 있어도 상대방에게는 전혀 능력이 없는 것처럼 꾸미는 것도 일종의 위장전술이라고 말한다.

 

능이시지불능(能而示之不能)’ 나의 능력을 상대방이 알게 되면 경계를 강화하고 대비를 할 수 있다. 결정적인 공격에 아군의 많은 피해가 예상될 수 있기 때문에 나의 능력을 감추어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게 하라는 것이다.

꽃은 눈에 보이는 가상의 모습이다. 나무는 내면의 본질이다.

 

나무와 꽃이 언제나 인과관계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나무의 능력보다 꽃의 화려함 때문에 나무가 과대평가 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모두 눈을 가졌지만 본질과 현상을 모두 정확히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것은 아니다. 그들의 불완전한 눈을 이용하여 나의 본질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이 수상개화(樹上開花)라는 전술을 만들었다.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은 리더가 가져야 할 중요한 능력이다. 모든 주관적인 판단을 제거하고 마음을 비우고 보아야 사물의 본질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이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