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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육계 : 28. 상옥추제(上屋抽梯) -병전계(幷戰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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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육계 : 28. 상옥추제(上屋抽梯) -병전계(幷戰計)

선비가라사대 2018. 12. 29.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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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8 計 상옥추제(上屋抽梯) : 지붕으로 유인하여 사다리를 치워라!

 

지붕으로 유인한 뒤 사다리를 치우다. 말 그대로 상대방을 유인해 놓고 퇴로를 완전히 차단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꼼짝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후 상대방에게 자신의 요구를 수용케 하거나, 궤멸시키거나 하는 식의 계략이다.

 

"상대방을 작은 이익으로 유혹하여 나아가게 하고 퇴로를 차단하여 사지에 빠져들게 한다. 적이 해독을 입는 것은 빠져서는 안 되는 유혹에 넘어갔기 때문이다.[假之以便,唆之使前,斷其援應,陷之死地.遇毒,位不當也.]"

 

만약 사다리를 통해 지붕 위로 올라갔는데 누군가 사다리를 치운다면? 이렇게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되면 결국 당황하게 되고 주도권을 잃게 될 것이다.

 

 병법에서 이런 전술을 상옥추제(上屋抽梯)라고 한다.

상(上)은 ‘올라간다’는 뜻이고 옥(屋)은 지붕을 뜻한다.

추(抽)는 ‘빼다’, ‘치우다’는 뜻이고 제(梯)는 ‘사다리’란 뜻이다.

함께 풀이하면 상대방을 지붕 위로 올려놓고 내려오지 못하게 사다리를 치워 주도권을 쥔다는 뜻이다.

 

이 병법은 다양한 상황에서 운용된다.

주로 상대방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몰아놓고 퇴로를 차단함으로써 꼼짝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사용되는데, 상대가 좋아하는 유인 책으로 끌어들여 나가는 길을 막아 버리면 주도권은 내게 오게 되고 상대방을 얼마든지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 갈 수 있다는 발상이다.

 

그러나 가장 의미 있게 이 병법을 이용하려면 일부러 우리 조직을 막다른 곳에 몰아놓고 더 이상 오도가도 못하게 만들어 조직원의 전력을 강화시키는 방법으로 사용하여야 한다.

 

이 방법은 상황이 불리하거나 여건이 좋지 않을 때 주로 사용하는데, 등뒤에 물을 등지고 싸우는 것은 후퇴로가 막혀있어 불리한 지형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병사들의 결전의지를 높이는 유리한 상황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漢)나라 장군 한신(韓信)이 일부러 병사들을 강을 등지고 싸우게 하여 승리를 거둔 배수진(背水陣)은 이전의 병법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전술이었다.

 

한신은 피할 수 없는 불리한 상황이라면 그 상황을 기회로 전환시키라는 원리를 터득한 리더였다. 그는 조직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주저앉거나 한숨짓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 불리한 상황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에게 유리한 기회로 전환시켰다.

 

초(楚)나라 항우(項羽)도 전투를 앞두고 ‘밥해 먹을 솥을 깨뜨리고 타고 온 배를 침몰시켜 병사들에게 긴장감을 조성하고 싸우게 하는’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전술을 종종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번 전쟁에서 지면 더 이상 밥해먹을 솥도 없고 고향으로 돌아갈 배도 없다는 각오로 병사들을 싸우게 만드는 전술이다. 모두가 조직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어 긴장감을 고조시켜 승리를 구하는 병법이다.

 

1. 삼국지연의 搏望坡(박망파)

당시 유비는 형주의 유표에게 몸을 의탁하고 초려를 세번 방문해서 제갈량을 얻은 상태였다. 하지만 형주는 유표의 후계자 문제를 둘러싸고 음모들로 흉흉한 상태였다. 또한 유비 자신도 유표에게 '장자를 후계자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가 유표의 후처인 채부인에게 미움을 사, 채모에게 죽을 뻔 한 일도 있었다.

 

유표는 자신이 죽은 후의 일을 부탁하고자 유비를 불렀다. 유표는 '자신이 죽고 나면 유비가 형주의 주인이 되라'고 하였다. 그러나 유비는 이를 정중히 거절하고 물러나왔다. 역관에서 쉬고 있는데 유기가 와서 유비에게 말했다.

"계모(채부인)가 용납하지 않아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옵니다. 바라옵건대 숙부께서는 불쌍히 여겨 구해주소서."

 

채부인은 자신의 아들인 유종(유표의 작은아들)을 유표의 후계자로 삼기 위해 유비와 유기를 제거하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비는 유기에게 그것은 집안일이므로 자신이 어찌할 일이 아니라 했다. 유기가 다시 제갈량에게 물었으나 제갈량의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유비가 유기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내일 내가 공명에게 답방토록 하겠으니 현질은 이렇게 이렇게 하시게. 그러면 계책을 알려줄 걸세."

 

다음날 유비는 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공명에게 유기를 답방케 했다. 차를 마시고 난 후 유기가 말했다.

"저는 계모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선생께서 한 말씀하여 구해주시면 다행이겠사옵니다."

"저는 손님에 불과한데 어찌 남의 집안일에 대해 말할 수 있겠소이까? 혹 누설되기라도 한다면 그 해가 적지 않을 터이옵니다."

 

말을 마친 공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고자 했다. 그러나 유기가 술이라도 하자며 공명을 만류했다. 술을 마시다가 또 유기가 말했다.

"계모가 나를 용납하지 않으니 제발 선생께서 한 말씀하여 나를 구해주소서."

"그것은 제가 감히 도모할 바가 아니옵니다."

말을 마치자 또 작별하고 가려고 하였다.

 

"말씀을 안 해주시면 그만이지, 어찌 금방 가시려고만 하시옵니까?"

그래서 제갈량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유기가 말했다.

"저에게 古書(고서) 한 권이 있는데, 선생께서 한 번 보아주시오."

그래서 제갈량은 유기를 따라 작은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책은 어디에 있소?"

"계모가 용납하지 않아 저는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오. 선생은 서운하게도 한 말씀도 해주지 않습니까?"

제갈량은 일어나 다락을 내려가려 하였다. 그러나 이미 사다리가 치워진 후였다.

 

유기가 말했다.

"선생은 누설될까 염려하여 제게 방책을 가르쳐주지 않으셨소 이다. 지금 위로는 하늘도 듣지 못하고 아래로는 땅도 듣지 못하오이다. 선생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저의 귀로 들어갈 뿐이니 가르쳐 주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남의 친족은 이간질할 수 없다고 하였소. 내 어찌 공자를 위해 도모할 수 있겠소?"

"선생은 끝내 저에게 가르쳐주지 않겠소이까? 그렇다면 어차피 저는 죽은 목숨이니 선생 앞에서 죽겠소이다!"

유기는 즉시 칼을 뽑아 자신의 목을 찌르려 하였다. 제갈량이 말리며 말했다.

"좋은 방책이 있기는 하오."

"어서 가르쳐 주소서."

"공자는 신생과 중이의 일도 못 들으셨사옵니까? 신생은 안에 있었기 때문에 죽었고, 중이는 밖에 있었기 때문에 무사했소. 지금 황조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강하는 지키는 사람이 없는데 공자는 어찌 강하로 가서 지키겠다고 하지 않으시옵니까? 그렇게 하면 화는 면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이에 유기는 두 번 절하며 가르쳐 준 것을 고마워했다. 그리고는 사다리를 다시 가져오게 하여 제갈량을 내려가게 했다.

 

 

손자병법 <구지(九地)>편에서도

장수가 부하들을 이끌고 적과 싸우는 결전의 날에 부하들을 높은 곳으로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워 병사들로 하여금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도록 해야 한다(帥與之期, 如登高而去其梯 ).’는 유사한 병법을 제시하고 있다.

 

조직이 안정되고 사업이 잘되는 것이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선 더 이상 내려올 곳이 없는 지붕 위에 서있는 절박함이 조직을 진정한 승자로 이끌 수 있는 것이다.

경제가 안 좋다고 불평만 하는 조직은 영원한 승자가 될 수 없다.

 

이 정도면 되었다고 긴장감을 푸는 조직 역시 영원히 그 승리를 유지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잘 되어 갈 때 조직을 점검하고 때론 지붕위로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우는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도 병법에선 자주 쓰는 전술이다. 유능한 리더는 위기를 자유자재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조직이 평화롭고 매너리즘에 빠져 긴장감을 잃고 있을 때 상옥추제(上屋抽梯)의 전술은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  

 

나무에 올려놓은 후 흔들어라.

일부러 파탄지경에 이른 것처럼 보여 적에게 좋은 조건을 줌으로써 아군 깊숙이 들어오도록 유인한 다음 선두부대와 후위부대를 끊어 적의 주력부대를 헤어날 수 없는 사지에 빠뜨린다. 즉, 적의 식욕을 이용해 독이 든 고기를 먹게 하여 죽이는 것이다.

 

'사(唆)'란 적에게 조그마한 이익을 주어 유인하는 것이다. 만약 조그마한 이익만 주고 유인한 다음 다른 계략을 쓰지 않는다면 적은 미적거리며 더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상옥추제'의 계책을 쓸 때에는 반드시 적이 흔쾌히 이 쪽의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는 좋은 사다리를 걸쳐놓고 올라가도록 유혹하듯이 상대가 미적거리지 않고 이쪽의 뜻대로 하게끔 조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고의로 우군의 파경을 노출하여 적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 주고, 적으로 하여금 우군 깊숙히 들어오도록 유인하여 선봉과 후원군을 단절시켜 완전히 사지에 빠지도록 한다. 서합괘의 원리대로 적의 끊임없는 욕심을 이용하여 적으로 하여금 독이 묻은 고기를 먹도록 유인하여 스스로 징벌을 받도록 하는 방법이다.

 

사람을 얼러 높은 곳에 오르게 한 다음에 사다리를 옮겨 버리면 물러날 길이 없게 되어 하는 수 없이 토실(吐實)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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