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이야기

삼십육계 : 36. 주위상(走爲上) -패전계(敗戰計) 본문

글쓰기 관련/삼십육계(三十六計)

삼십육계 : 36. 주위상(走爲上) -패전계(敗戰計)

선비가라사대 2018. 12. 29. 06:39
반응형

제 36 計 주위상(走爲上) : 이길 것 같지 않으면 도망가라.

 

'삼십육계 줄행랑이 최고다'라고 일컬어지는 계략이 바로 이 '走爲上計(주위상계)'이다. 하지만 흔히들 하는 이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삼십육계 중에서도 패전계, 그것도 가장 마지막에 주위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얘기는 바로 앞에 열거된 서른다섯 가지의 계략을 모두 시도해 보고, 그러고도 승산이 없으면 최후의 수단으로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목숨을 보존하라는 뜻이지, 처음부터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치라는 의미가 아니다.

 

"불리하면 적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다음의 기회를 노린다 하여 잘못이 아니다. 이는 일반적인 용병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다.[全師避敵.左次無咎,未失常也.]"

 

원문이 보면 적에 비하여 현저하게 열세일 때는 적의 공격을 피해 도망쳐야 손실을 입지 않는다고 적혀있다. 이것은 결코 비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되어 있다.

적의 전력이 매우 강하면 싸워서는 안 된다. 그럴 때는 반드시 항복하거나 강화하거나 달아나야 한다.

항복하면 완전히 패배하는 것이요 강화하면 반쯤 패배하는 것이지만 달아나면 패배는 하지 않는다.

 

후퇴하여 적을 피하고 물러남으로써 기회를 보아 적을 공격한다. 이것은 정상적인 용병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적의 병력이 압도적으로 우세하여 이쪽에 승산이 없을 때에는 투항하거나, 강화를 맺거나, 퇴각하는 세 가지 길밖에 없다. 투항은 전면적인 실패지만, 퇴각은 실패가 아니라 승리에로의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왕경칙(王敬則)은 '남제서(南齊書)'에서 "단공(檀公)의 36책, 도망치는 것이 가장 상책이다"라고 말하였는데, 여기서 비롯되어 '삼십육계 주위상계'라고 흔히 말해진다.

그러나 괜히 도망만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도망하게 되면 적어도 당장은 승리를 단념하고 그때까지의 모든 노력을 헛된 것으로 만들게 되므로, 싸움에서 도망간다고 하는 것은 사실 바람직하지 못한 전법이다.

 

예로부터 병가에서는 '도망'에 대하여 언급한 사람들이 많다.

"도망치는데 그를 쫓을 수 없는 것은 그의 행동이 민첩하기 때문이다."(孫子)

"강하면 이를 피하라."(孫子)

"이쪽은 이웃나라의 도움을 받고, 큰 나라가 도와주는 나라가 적일 때는 피하는 데 주저치 말라. 가망이 있으면 공격하고, 가망이 없으면 이를 피해야 한다."(吳子)

"이길 것 같지 않으면 빨리 도망가라. 도망갔다가 되돌아오는 것은 될 수 있는 대로 빨라야 한다."(吳子)

"병가에서 이르기를, 끌어당겼다가 피하라고 하였다. 적이 나보다 먼저 선수를 치는 것을 방비하기 위해서다."(李衛公問答)

 

다만, 도망쳐서 生을 도모하는 이러한 계략은 흔히 비난을 받아오기도 했다. 이는 兵家가 아닌 儒家에 의한 것으로, 유가에서는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느니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끊는 태도를 훨씬 높이 치곤 했던 것이다. 그렇게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도망치면 비난하다가도, 후에 재기에 성공하고 나면 '진정한 용기'니 어쩌니 하면서 치켜세운 것이 또한 유가이기도 하다. 현실감각이라고는 전혀 없는 유가는 武나 兵, 法을 더럽고 악한 것으로 규정하고는 끝없이 이들을 비난하고 억압해 왔다.

 

1. 송나라 필재우의 주위상계

송나라의 필재우가 금나라와 싸웠을 때, 금나라의 병력은 강대하고 송나라 군사는 불과 얼마 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필재우는 어느 날 밤 전군 후퇴를 결심했다. 깃발이나 장막 등은 그대로 고스란히 두고 미리 염소를 잡아다가 거꾸로 매달아 염소 발이 북에 닿도록 해 놓았다.

거꾸로 매달린 염소는 괴로운 나머지 발을 동동 굴리는 바람에 그것이 북에 닿자 둥둥 하고 북이 울렸다.

금나라 군사들은 밤낮없이 북소리를 듣게 되어 설마 필재우가 철수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눈치를 채게 되었을 때는 이미 송나라 군이 멀리 철수하고 난 뒤였다.

 

2. 삼국지연의 제갈량의 주위상계

촉한 말 위를 정벌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킨 제갈량은 도중에 자신의 천수가 다한걸 알고 자신이 죽은 후에 무사히 병력을 후퇴할 수 있는 계략을 짜놓았다고 한다. 사마의는 은근히 제갈량을 두려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이용한 계략이었다.

사마의 또한 천문으로 제갈량이 죽은걸 알고 후퇴하는 촉을 추격하였으나 제갈량이 그 모습을 나타내자 깜짝놀라 추격을 멈추고 후퇴하였다.

이때 나타난 제갈량은 나무로 만든 목각인형이었다. 뒤늦게 이를 안 사마의는 통탄을 했으나'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물리쳤다'는 말이 생기게 되었다.

물론 촉의 병력은 무사히 후퇴를 할 수 있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