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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초식 이름 짓기

선비가라사대 2019. 10. 9.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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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공초식을 이름짓는 방법은 대개 세가지로 나눠 얘기하겠다.


첫째는,기술적 이름짓기.

둘째는,형태를 묘사하는 초식이름.

셋째는,허황한(하지만 문학적인) 초식이름.


-기술적이름짓기란 실제 현 무공초식에 사용되는 방법이다.

-형태를 묘사하는 초식은 실제 무공과 무협소설에서 많이

사용되는 이름짓기이다.

-허황한 초식이름짓기는 무협소설에만 등장할수 있는

초식이름이다. 그렇다고 무슨 마공 얘기는 절대하지 않는다.

한림은 그런 이름은 무척 싫어한다.

이 분야의 최고봉인 김용의 수법을 한번 둘러볼 생각이다.

그는 아름다운 초식이름을 잘 만든다고 한다.

한림이 이번 자료를 올리는 것은 독자보다는 작가지망생을 위해서다. 한림은 정말 재능있는 문학작가들이 무협작가로 등단하길 바란다. 무협장르가 저질시비를 겪고 있지만 좋은작가라면 장르가 뭐 문제 겠는가? 문학작가들이 무협쪽으로 오기 힘든 이유중 하나가 바로 생소한 소재이다. 한림은 그런 재능있는 작가지망생을 위해 이 홈페이지를 열었다. 무기와 이번 무공자료를 보면 얼마나 간단한지 알게 될것이다. 강의 몇편을 읽어 보면 무공초식은 어린애라도 만들어낼 것이다.

예전에 무협소설코너를 둘러보다 아주 놀라운 책을 보았다. 오늘은 무슨 무공배우고 내일은......

이 자료를 보고 제발 그런 책(소설이 아니다)쓰지 말기를 바란다. 무협소설에서 무공얘기는 장식하는 기교의 수단일뿐이다.(한림생각)


1. 기술적 이름짓기(1)

무공초식은 기본동작을 기초로 해서 여러 가지 조합을 통해 만들어 진다. 무공초식의 이름을 보면 그 동작의 자세한 모양이 머리속에 그려진다. 좋은 무협소설을 보면 그 무공초식 하나하나가 머리속에 그려져 독자가 영상을 보듯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초식 이름만으로도 싸우는 묘한 장면을 김용의 <천룡팔부>에서 만들어 낸 것이다. 무공초식을 아무렇게나 나열한 소설은 그 싸움장면을 읽어보면 작가의 수준을 알게된다. 그러니 쓸데없는 무공초식은 만들지 않는게 좋다.

초식은 움직임과 무기를 붙이면 된다. 움직임의 기본은 보법이다. 그러니 먼저 보법을 붙이고 그 다음에 무기를 휘두르는 동작, 그리고 마지막에 무기이름을 붙이면 된다. 예를 들어 왼발을 앞으로 뻗으며 칼을 가슴앞으로 내밀어 상대의 무기를 밀쳐내는 동작은 궁보퇴도(弓步推刀)라 하는 식이다.무기이름을 넣지않고 그냥 식이나 세를 넣어도 된다. 궁보퇴세, 이런식이다.어떤 무기인지는 이미 무공이름에 나왔을테니까.(推를 퇴로 읽느냐 추로 읽느냐 고심을 하다가 퇴로 읽기로 했다. 퇴고,퇴이나 등에서 퇴로 읽히니까. 그러나 기존의 무협 에선 추로 읽혔다. 추궁과혈이 퇴궁과혈로 되어야만 한다면 얼마나 혼란스러울까? 그래서 추든 퇴든 알아서 보기바란다.)

동작이란 세(勢;step )라 하기도 하고 식(式)이라 하기도하며 투로(套路;form )라 하기도 한다. 세 또는 식(式)은 좁은 의미이다. 그에 반해 투로는 무공전체를 말하기도 하고 일단(段)의 움직임을 말하기도 하는 큰 뜻을 가진다. 다시말해 세는 끊임의 뜻이 있고 투로는 연속적 의미이다. 세(식)와 단(段;넓은 의미로 투로)의 집합이 투로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세->식->단->투로 순으로 크다. 세대신 초를 쓸수도 있다. 무공을 배우는데는 기본동작을 마스터하고 그다음 초식의 수련으로 들어간다. 초식은 하나씩 배운다음 연결동작으로 묶어 다시 연습하는데 그걸 단(段)이라 한다. 일단에는 몇 개의 초식이 들어간다. 한가지 초식이 두 번 들어갈수도 있다. 그건 무공을 만드는 사람 마음이다. 하지만 연결동작이 되어야만 한다. 마치 안무가와 같다. 춤과 다른점은 이건 목숨을 건 춤이란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1) 시작과 끝

싸움이 아니라 수련을 위해서는 그 무공의 시작과 끝도 절도있게 해야만한다. 이것은 실전에 사용되는 움직임이라고 하기보단 준비운동이라 보면된다. 시작을 보통 기식(起式; 豫備式이 붙는 것도 본적이 있다.) 또는 기세(起勢)라 하고 마무리를 수식(收式) 또는 결식(結式)이라 한다. 물론 다른 이름도 많이 붙는다. 검법(劍法)을 보면 각식(세)를 수련할때 일식이 끝나고 배검(背劍; 왼손으로 검의 호수를 잡고 팔꿈치에 붙여 세워 검을 감추는것)의 자세를 취한다. 검법은 매우 복잡하므로 시간이 나면 한 번 살펴보겠다.


2) 보법(步法;stance)

초식의 가장 기본이 몸의 움직임이고 그 움직임의 기본이 보법(步法)이다. 초식이름을 짓기 위해서는 먼저 보법부터 알아야 한다.


** 기본보법

(1) 마보(馬步)

(2) 궁보(弓步)

(3) 횡당보(橫撞步)

(4) 병보(幷步) --- 처렷자세

(5) 부보(人+卜步)---엉덩이가 거의 땅에 닿을듯 낮춤.

(6) 허보(虛步)

(7) 헐보(歇步) --- 엉덩이를 뒷발꿈치에 붙여 쉬는 동작


** 움직임 보법(이건 그림으로는 조금 곤란하다.)

이들 움직이는 보법 뒤엔 마무리는 거의 궁보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법중 가장 안정감이 있는 보법이 궁보이다. 그래서 무공초식엔

궁보가 많이 들어간다.

(1) 상보(上步) ---좌우족을 연달아 앞으로 움직이는 것.전진공격시.

(2) 삽보(揷步) ---뒷발을 앞발뒤로 끌어 꼬는 동작.

(3) 전보(纏步) ---상보 보다 더 전진.(이 한자는 자신없다.)

(4) 요보(拗步) ---뒷발을 살짝 끌어 앞발꿈치에 붙이는듯 하며

한발짝 앞으로 내디딤.

(5) 도보(跳步) ---폴짝 뛰어 앞으로 전진.


3) 몸의 움직임.

(1) 전신(轉身) ---몸을 빙글 돌리는 것.

(2) 립(立) ---몸을 똑바로 세우는 것

(3) 제슬(提膝) ---한쪽 다리를 치켜 세우는 것. 독립보(獨立步)와 비슷.

(4) 회(回) ---돌리기(몸의 일부분) 예; 回頭


4) 무기의 움직임

***방어의 움직임

상황에 따라서는 공격도 되겠다. 예를 들어 추장(推掌; 장을 내미는 수법) 으로 발경(發勁;기를 내뿜음)을 하면 공격이 되겠다.

(1) 퇴(推) ---밀어내기

(2) 랍(拉) ---잡아 당기기

(3) 포(抱) ---들어 올리기

(4) 나(拿) ---안으로 틀어막기

(5) 난(手+蘭) ---밖으로 틀어 막기

(8) 가(架) ---머리위에 들어 막기


****공격움직임

(7) 붕(崩) ---비틀어 잡기

(8) 찰(札;손수변) ---찌르기

(9) 점(点) --- 겨누기

(10) 개파(盖把) ---내리치기(머리에서 가슴정도)

(11) 벽(劈) ---내리치기(머리뒤까지 빼든무기를 휘둘러 허리까지)

(12) 방(棒) ---내리치기( " 땅바닥까지)

(13) 발(拔) ---쓸어치기(휘두르는게 약 180도정도)

(14) 소(掃) ---쓸어치기(360도 정도로 크게, 홈런치듯 무기가 등뒤까지 오게)

(15) 단(斷) ---자르기

(16) 교() ---무기 양끝을 시소처럼 흔들기.

나중에 계속


***기타 첨어.

(1) 중평(중평) ---가슴부위의 수평

(2) 하평(下平) ---주저앉은 자세에서 수평.

예) 하평찰(下平札)---부보를 한채 앞으로 내지르는 것.

자 이제 스스로 이름을 하나 만들어 보자. 무기는 창(槍)이다.

먼저 상대의 공격을 막는 장면이다. 상대가 칼로 력벽화산(力劈華山; 위의 글을 읽었으면 력벽화산이 어떤 모양인지 그려질 것이다. 상대는 칼을 높이 쳐들어 갑자기 머리를 쪼개듯 내리쳤다. 위의 글을 자세히 읽은 사람은 이 초식이름이 얼마나 촌스러운지 알아챘을 것이다. "벽"이란 무기 움직임뿐이 없고 상대의 모습은 어떤지 알 수 없는 초식이름이다. 힘껏 화산을 쪼갤 듯 내리쳤다니? 얼마나 촌스런 이름인가?) 그럼 창을 들어 막아야 하지 않는가? 상대의 힘이 무거우므로 하체에 힘을 줘야 한다. 그럼 궁보 자세가 좋다. 창은 머리 위로 치켜들어야 하므로 가(架) 다. 그럼 합쳐 궁보가창(弓步架槍)이란 초식이 된다. 상대의 칼이 튕겨 나갔다. 그럼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한다. 앞으로 전진하며 창손잡이를 휘둘어 어깨죽지를 내리쳤다. 뭔가? 그렇다 상보개창(上步盖槍)이다. 창손잡이(盖)를 붙여 상보개파창이라 하면 더좋지만 이정도도 중분하다. 이크 상대가 엄청난 힘으로 반격해 온다. 놀라 뒤로 물러나 엉거주춤했다. 허보랍창(虛步拉槍) 이다. 잠시 두사람이 소강상태다. 당신은 기회를 노리고 공격의 힘을 모은다. 일어나 창을 빙글빙글(군악대 리더처럼) 돌린다. 이건 위에서 말안했지만 무화(舞花;꽃춤이란 뜻)란 동작이다. 그러니 입무화창(立舞花槍)이란 초식이 된다. 상대가 빙빙도는 창에 놀라 뒤로 한발 물러났다. 어떡하겠는가? 그렇다. 앞으로 전진하며 창을 찔러낸다. 상보든 전진하는 보법이면 모두 좋다. 상보찰창(上步札槍) 이다. 뭐라고? 가슴께를 찔렀다고? 그래 '상보중평찰창'이다. 상대는 놀라 칼로 창끝을 쳐내며 물러난다. 당신도 따르며 연속 창끝을 찔러댔다. 이번엔 멋있게 삽보가 좋겠다. 창에 힘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창을 가슴께로 가져왔다가 찔러야한다. '삽보나중평찰창'이 되겠다. 뭐라고? 그러면 힘이 없으니 한 번 손목을 비틀어 찔러야 한다고? 그럼 손잡이를 한 번 밖으로 틀었다 안으로 돌리면 힘이 좋으니 '삽보난나 중평찰창'이네. 지금까지 나온 이름은 여느 창술책을 찾아보면 거의 있을 것이다. 쓸모없는 동작이나 불가능한 동작이 아닌한 말이다. 이제 여러분은 무협작가보다 훨씬 고수가 되었다. 어쩌면 여러분 스스로 연결동작을 만들어 절세 무공비급을 만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는 독자의 수준이다.

이런 무공초식을 써서 알아들을 독자는 없다. 한림처럼 무공 때문에 주석을 달지 않는한 말이다. 그럼 어떡해야 하는가? 다음 강의로 넘어가자.

창술이나 봉술,간단한 도법같은건 무기의 움직임이 단순하니 보법을 넣는다지만 복잡한 움직임이 있는 장법이나 권법은 어떻게 할까? 이럴때는 보법보단 전체적인 흐름을 중시하는 이름이 좋다. 그래서 모양새를 딴 이름이 나오게 된다. 모양새를 말할땐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바로 동물의 모양이다. 초식에서 동물의 모양새를 많이 쓰는 이유는 그 모양이 거의 일반화 되어 있어 쉽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무술은 태극(Taijin)권이다. 이 태극권으로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태극권은 동양무술의 간판이다. 그래서 서로 자기가 원조라고 싸우고 있다. 그 논쟁을 보면 제일앞에 무당의 장삼봉(張三峯;14세기초)이 있고 그뒤에 진가구(陳家溝) 진가(陳家;17세기)의 진왕정,그 다음이 양가(楊家; 19세기초)의 양로선(楊露禪) 그뒤를 吳家,武家,학가,손가 등이 따르고 있다. 태극권을 누가 만들었느냐는 것은 여기서 따질 일이 아니지만 무협소설을 쓴다면 장삼봉을 택해야 한다. 그 이유는 작가라면 알 것이다. 원조싸움은 믿을게 못된다.

삼봉진인(三峯眞人)은 달마대사와 함께 무림세계에서 영원한 우상이다. 그런 그를 부정하는건 독자들이 용납않을 것이다. 그럼 태극권의 역사는 어떻게 되나?(다시 말하면 이건 무협작가가 보는 눈이지 무예가와 논쟁을 벌일일이 아니다). 태극권은 장삼봉이 무당산에 은거하며 어떤 도사에게서 전수받았다는 설과 늙으막에 도가기공의 경전인『황정경』을 기초로 스스로 창안했다는 설이 있다.어쨌거나 그후 속가에 전해져 남파(陰)와 북파(陽)로 나눠졌는데 남파는 단절되어 버리고 북파는 진가태극권으로 이어진다. 진가태극권은 다시 노가식(老架式)과 신가식(新架式)으로 나눠지는데 양가태극권의 창시자 양로선이 노가식을 전수받았다고 한다.(다시말하지만 설이라는것이다.) 가식(架式)이란 앞에서 얘기한 투로와 같은 뜻이다. 양가태극권은 다시 양로선의 아들 삼형제에 의해 대가식(大架式), 중가식(中架式), 소가식(小架式) 으로 나눠진다. 양로선은 청황실에서 무예를 가르쳤는데 그때 전위라는 위사가 배워 그 아들 감청에게 전하고 전감청은 나중에 오로 성을 바꿔 오가태극권을 열었다.무하청은 진가와 양가의 무공을 전수받고 무가태극권을 열었고 무가태극권을 전수받은 학위진은 학가태극권을 열었고 학위진에서 배운 손록당(孫祿堂)은 손가태극권을 열었다. 중화민국에 와선(1956) 정부가 나서 24식 간화태극권(簡化太極拳)을 만들어 국민 체조처럼 보급했다. 우리가 TV에서 흔히 보는 노인들이 연마하는 것은 바로 이 간화태극권이다. 아시안게임에선 양가(楊家), 진가(陳家), 손가(孫家), 무가(武家)등 4가지를 공인했다. 아마 한쪽 손을 들어주기가 민망했던 모양이다.

복잡하지 않는가? 그러니 원조싸움에 말려들다간 얻는게 없다. 우리같은 무협작가에겐 그저 장삼봉이려니 하는게 제일 좋다. 사실 한림은 얼마전에 무당의 노도사가 TV에 나와 자랑스럽게 태극권을 시전해 보이는걸 본적이 있다. 그노도사는 태극권이 무당것이라고 말한적은 없다. 도사님들이야 이런 원조싸움에 속가처럼 끼어들 일도 없을테고 그래서 목소리도 없지만 그 황색 도복을 입은 기다란 흰수염을 휘날리는 노도사에게 신뢰가 간다.

왜 이리 복잡한 얘기를 늘어 놓느냐하면 소설을 쓸때는 가능하면 현재 전해지는 속가의 무공은 이용하지 말라는 것을 당부하고 싶어서이다. 태극권이야 삼봉진인이 시조라고하면 원대말기부터는 나와도 시대적 문제가 없다. 양가창술도 그때쯤이다. 한림이 양가창술을 야랑전설에 넣은걸 보니 송말아니면 원초에 나온 무술일것이다.(그땐 뒤져봤는데 지금은 찾지 못하겠다.귀찮아서..) 기타 유명한 무술은 대개 명말이나 청대에 나왔으니 자칫 현실감있게 넣겠다고 생각하다간 엉망이 되고만다. 한림도 그런 경험이 있다. 소요장강기인지 야랑전설인지 사천에 가서 '마파두부'를 시켜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 마파두부는 나중에 알아보니 19세기쯤에 일반에 알려진 음식이었다. 그걸 음식점에서 시켜먹었으니...한림이 작품을 쓸땐 그지방의 건물이나 음식의 기원을 철저히 점검했었다. 그런데도 '사실감' 때문에 실수를 할 때가 있다. 무공은 특히 그렇다. 무협작가에겐 영원한 팔대문파가 있다. 가능하면 팔대문파의 무공을 쓰거나 새로이 창조해내는게 논쟁에 말려들지 않는다. 속가 가전무술처럼 원조가 분명한 무공은 자칫 잘못하면 시대가 맞지않는다.

그럼 이제 태극권의 이름들을 살펴보자.

태극권에 대해선 이제 생각하니 제일 나중에 논하는게 좋았다고 후회된다. 성격상 얘기가 너무 일찍 나온것 같다. 이게 준비되지 않은 연재물의 맹점이다. 나중에 되돌아 보기 바란다. 태극권은 실제 무공도 그렇지만 그 초식이름도 무공중에서 최고이다. 이런 초식이름을 먼저 음미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것 같다. 이미 앞에서 이름짓는 방법을 알았으니 동사몇개와 보법 몇개만 알면 장법과 권법도 쉽게 만들 수 있지만 최고의 이름을 먼저 살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다.

태극권에서도 앞에서 말한 보법이 쓰인다. 하지만 앞의 보법과 조금다른것은 태극권 고유의 기본요결때문이다. 태극권은 부드러워야한다. 그래서 보법도 다른 무술보다는 힘이 들어가면 안된다. 자연히 보법도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 마보도 자연스레 어깨넓이로, 궁보도 뒷무릎을 빳빳이 힘주어 펴지 않고 자연스레 구부러지는게 요결이다.하지만 우리같은 범인(凡人)들이야 그런걸 세세히 알필요가 없다. 그냥 마보라 이름 붙이면 모양이 나오니 독자들이 알아서 읽을 것이다.

태극권의 움직임은 격렬한것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앞에서 얘기한 보법중에 움직이는 보법은 거의 쓰지 않는다. 하지만 여러분이 권법이나 장법을 만들어 낼때는 그럴 필요없다. 오히려 앞에서 말한 격렬한 움직임을 넣을 수록 빛이 난다. 그점은 다음편 소림편을 훑어 볼때 알게 될것이다.

지금 이름은 24식 간화태극권을 기준으로 설명한다. 전에 책이 있었는데 찾아보니 없다. 48식이니 108식이니 굳이 알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가 지금 얘기하는 것은 작명법 아닌가? 태극권 초식 다 알아도 무협소설에 써먹을 작가는 없을 것이다.위에서 말했지만 새로 지어내는게 최고다.다음의 이름에서 좌우(左右)는 빼버렸다. 단지 방향을 말하기 때문이다.


(1) 그런대로 알수 있는 이름들.

-루슬요보(褸膝拗步),등각(登脚),전신등각(轉身登脚),

하세독립(下勢獨立),십자수(十字手),도권굉(倒卷肱)-

*요보란 뒤에서 나오지만 손과 발이 엇갈린 경우다. 즉 왼손을 내지를때 오른발이 나오는경우이다. 루슬이란 다헤어진 무릎팍이란 뜻(?). 어떤 모습이 떠오르는가? 실제로는 발을 조금 들어올리는 정도.

*등각이란 다리를 들어 올린다는 뜻. 다리를 차는게(!) 아니라 그냥 들어 올리는 것이다. 이게 정말 무술인가? (태극권은 발경이 상당히 중요하다는걸 잊지마라)

*전신등각은 알것이다. 전신은 몸을 돌리는 거니...

*하세독립은 먼저 자세를 낮춘후(下勢) 독립(獨立;한발로 선다)는 뜻, 하세의 자세는 앞의 부보자세와 비슷. 독립의 자세는 앞의 제슬자세와 비슷.그런데 왜 다른 이름이 필요할까? 독림과호나 금계독립이란 이름으로 나오는 이 독립보(獨立步)는 사람과 동물둘다 붙이기 편해서이다. 닭이 '한쪽발로 선 모습'은 말이 되지만 금계제슬로 바꿔 '닭이 무릎을 든 모습'이라하면 우스광스럽지 않는가?

*십자수는 모양 그대로 십자형태로 손을 교차하는 모양.

*도권굉은 권과 팔이 꺼꾸러진다는 얘기니 축늘어뜨리는 모양인 모양이다. 모양은 한쪽 손으로 다른손을 쳐 떨어뜨리는 모습이다.

이들 이름은 그나마 움직임을 붙인 이름들이다. 그런데 하나같이 이름들이 힘이 없지 않은가 권법이라면 타(打),격(擊),붕(崩),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말이다.


(2) 조금 애매한 이름들

-여봉사폐(如封似閉),해저침(海底針),전신반란추(轉身搬瀾錘),

쌍봉관이(雙峰貫耳), 단편(單鞭),백학량시(白鶴亮翅),

야마분종(野馬分宗),고탐마(高探馬)

*봉함이 곧 잠그는 것이라? 맞는 말이다. 완벽히 수비하라는 얘긴가?

이 초식은 실제 움직임이 아름다운데 비해 이름이 영 아니다.

*바다속 바닥까지 침을 박아 넣을 듯이 내리 찌르는 것인가?

*반(搬)은 옮기라는 얘기고 란(瀾)은 물결,추(錘)는 저울이다. 몸을 돌려 흔들이는 저울을 옮기듯 조심조심 움직이란 말인가?

*쌍봉관이는 조금 쉽다. 두개의 산봉우리 귀를 한꺼번에 뚫는다는 모양이다. 실제 양권의 권안(拳眼; 주먹을 쥐었을때 엄지가 말린부분에 생긴 구멍)이 서로 부딪히게 하면 된다.

*하나의 채찍이라? 한손으로 채찍손잡이를 잡고 다른손으로 채찍을 펼치는 모습인가?

*백학량시는 권법마다 한번 넣는 초식이다. 날다가 힘이든 백학이 쉬기위해 나무에 내려앉아 날개를 살포시 접는 모습이 연상된다.

*야마분종은 이해가 곤란하다. 야생말의 높이를 나눈다?

*고탐마는 말을 더듬는다는 뜻인데 그것도 높은부위를 더듬는다는 말같다. 실제 모양은 마치 말의 목덜미와 갈기를 쓰다듬어 주는 모습같다.

이상 살펴본 모양을 보면 이건 권법이 아니라 요결의 덩어리같다. 의천도룡기에서 주인공이 삼봉진인의 구결만을 듣고 몽골고수를 무찔렀다는 것이 과장되게 보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태극권은 초식이 아니라 요결의 덩어리로 보이기 때문이다.


(3) 난해하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름들

-수휘비파(手揮琵琶),옥녀천사(玉女穿梭),운수(雲手),람작미(攬雀尾)

자 이제 오늘 강의의 백미에 도달했다. 태극권을 보는 이유는 바로 이들 초식때문이다.

*수휘비파란 비파를 안아들고 가볍게 튕긴다는 뜻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이건 무공초식이 아니라 마치 한폭의 그림을 보는듯 하다.

*옥녀천사. 옥녀란 아마 선녀일거다. 사(梭)란 베틀북,천(穿)은 북을 실마다 꿰는 모습이니 천사가 베틀에서 천의를 짜는 모습이다. 천의무봉이라 했고 또 그 천은 얼마나 가벼울까? 그 선녀의 손놀림도 얼마나 가벼울까? 이보다 더 태극권요결을 잘 나타내는 말이 있을까? 선녀의 하얗고 긴 손가락이 떠오르는 건 어찌된건가?

*운수란 구름손? 구름같이 가벼운 손놀림인가? 아니면 산 봉우리에 서서 눈앞에 흘러오는 구름을 양손으로 휘젖는 모습인가? 마치 신선이 산봉우리에 서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태극권중 한림이 가장 좋아하는 초식인 람작미. 람(攬)이란 붙잡는다는 뜻이고 작(雀)은 작은 참새를 말하니 참새꼬리를 붙잡는다는 말이다. 실제 모습을 보면 어린아이가 참새를 품안에서 놓쳤다가 다시 쫓아 꼬리를 잡고 놓치고 쫓고 희롱하는 모습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움직임이다. 여러분 기회가 있으면 이 람작미는 한번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춤보다 아름답다.

이들의 초식이름이 방금 전장에서 사람의 목을 치고 돌아온 무장의 머리에서 나올수 있을까? 한림은 이들 무공초식 이름을 보고 산봉우리에서 유유히 거니는 신선같은 늙은 노도사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여러분은 어떤가? 물론 48식이상의 투로로 가면 타(打),압(壓),사(射)등 강렬한 말이 나온다. 하지만 운수, 옥녀천사,람작미같은 초식을 무인이 만들어 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xx검x 를 보면 대부분 초식이름이 살(殺),격(擊),자(刺)뿐이다. 그런 이름과 태극권의 이름을 대비해 보라. 하늘을 무너뜨리고(崩天) 돌비석을 깨는 (破碑)등의 초식은 오히려 느낌이 없고 살적(殺賊)같은 이름은 눈쌀이 찌푸려 지지만, 운수나 람작미같은 이름을 볼때면 마치 한폭의 동양화로 빠져드는 느낌이 든다. 물론 읽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아름다운 이름을 지어 소설에 넣으면 독자들이 알까? 그것도 곤란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림은 무예가가 아니다. 순전히 이름에서 느껴지는 것을 적었을 뿐이다. 실제 요결과는 다를수 있다는걸 밝혀둔다.)

이제 한림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무공초식의 이름들을 보았으니 진짜 강의로 돌아가자. 형태를 나타낸 무공의 최고봉은 아무래도 소림류일 것이다. 형의권 소림오권, 육합권(십이형권)등 모두 동물의 모양이거나 실제 권법의 모습을 초식이름에 그대로 사용했다. 이것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대강 권법과 장법에 동물모습을 붙이는 방법이 떠오를 것이다.

앞에서 말한 형의권(形意拳),소림오권,육합권은 사실 하나로 본다. 형의권은「행의권(行意拳)」「육합권(六合拳)」심의권(心意拳)이라고도 한다.형의권은 모두 동물의 모양을 따왔다. 이 형의권도 원조가 불분명하다. 하지만 태극권처럼 싸움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형의권의 시조로 일컬어 지는 사람은 세사람이다. 제일 먼저 나오는 이는 물론 달마(達磨)대사(5세기)이다. 소림사에서는 심의권(心意拳)으로 기록이 남아있다. 두번째는 유명한 남송의 장군 악비(岳飛;12세기 중엽)이다. 한림의 소설에서 항상 비판의 대상(?)이 되어온 비운의 인물이다. 그는 창술의 대가로 알려져 있어 형의권의 초기 형태에 창술의 기법이 많은걸로 봐서 그를 거론한다고 한다. 세번째는 희제가(姬際可;명말 17세기)라는 인물인데 그는 소림에서 십년 수련한후 포주에 내려와 가전무공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희제가 역시 창술의 대가라고 한다. 자 누구를 시조로 삼을 것인가? 무협소설에선 당연히 달마대사다. 물론 그전에 화타의 오금희(체조)가 있지만 그건 쳐주지 않는다.

형의권에선 기본식은 삼체식(三體式)과 오행권(五行拳)이 기본 요결이다. 즉 움직임은 천지인 삼재(三才)에 따르고 권을 내지르는 기술은 오행(금수목화토)에 따른다는 것이다.먼저 보법을 살펴보자.


1)보법

칠성보(七星步;앞발끝을 들어올리고 앞다리의 무릎을 약간 구부려 놓는다.)

진보(進步;앞의 상보보단 반쯤 움직임. 한발 정도 다가간다고 보면된다.)

퇴보(退步;진보의 역으로 한발정도 뒤로 물러난다.)

독각보(獨立步;무릎을 드는것)

곤보(곤步;발을 끌어당겨 모으는것.),

요보(拗步;왼권을지를때 오른발을 앞으로),

순보(順步;왼권을 지를때 왼발을 앞으로)

도보(跳步;앞과 같이 뛰는것)

회신(回身;공중돌기)


2) 오행권(기본 내지르는 기술)

다음 내지르는 기술은 대강만 설명한다. 자세히 알필요는 없다. 여기서 '벽찬붕포횡'은 한자뜻으로 해석하지 말고 내지르는 타(打)의 뜻으로 구별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주먹을 쥐는 법과 내지르는 방법이 조금 차이가 있으나 대개 붕권->벽권->포권->찬권 순으로 타겟이 높아지고 횡권은 그이름대로 조금 옆으로 휘두른다. 권을 내지르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대로라 보면 된다. 양허리나 단전에 두주먹을 붙이고 발을 내디딤과 동시에 내지르는 것이다.

*벽권(劈拳;오행중 금(金)) --순보로 내지름

*찬권(鑽拳;오행중 수(水)) --순보로 내지름

*붕권(崩拳;오행중 목(木)) --순보와 요보를 사용해 내지름

*포권(劈拳;오행중 화(火)) --조금 옆으로 내지름,발도 조금 옆으로 전진

*횡권(劈拳;오행중 토(土)) -- "

이 오행권(내지르는 기술)은 철저히 오행상극을 따른다고 한다. 즉 상대가 벽권으로 공격해 오면 화극금(火剋金)이니 포권으로 방어하고 공격한다. 그럼 상대는 수극화(水極火)니 찬권으로 막고 공격해 온다는 식이다. 실전에서 그리 될지 모르지만 무협소설에선 좋은 소재이다.


3) 초식만들기

자 이제 초식을 만들어 보자. 왼발을 조금 앞으로 내밀고 양주먹을 쥐고 단전에 모은다.(준비자세). 오른발을 내디디며 오른주먹을 상대의 가슴에 내질렀다. 이건 진보우붕권(進步右崩拳;또는 순보우붕권이라해도 좋다)이다. 이어 오른발을 뒤로 빼며 좌권을 내지른다. 퇴보좌붕권(退步左崩拳)이다. 이어 오른발을 내밀고 오른주먹을 내지른다. 순보우붕권(順步右崩拳)이다. 그리고는 뒤로 발을 빼고 손을 다시모은다.이건 퇴수포권(退步抱拳;포자는 위의 포권 포자와 다르다.)한다. 우권좌권우권을 번갈아가며 연속 내지른 셈이다. 간단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번 강의는 형태로 만드는 이름이었다. 이건 앞의 기술적 이름짓기와 다른게 없다. 그래서 무인들은 이 모양을 자세히 살폈다. 이걸 알기쉬운 멋있는 이름으로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첫자세와 세번째 우권을 내지르는 동작을 (黑虎出洞)이라 한다. 강맹한 힘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붕권은 강함을 대표한다. 두번째 동작 인 발을 빼며 내지르는 동작은 청룡출수(靑龍出水)라 한다. 왜 그런지 직접한번 시전해 보라.용(龍)은 힘보다 몸놀림을 주로한다.(다음 강의 육합권에서 살펴보자). 마지막 동작인 권을 모으는 동작은 백학량시(白鶴亮翅) 라한다. 태극권의 모습과는 완연히 다르지만 잠시 쉬기위해 물러서는 느낌은 같다.

자, 진보우붕권이 알기 쉬운가? 흑호출동이 알기 쉬운가? 물론 앞의 강의를 들은 우리는 진보우붕권이 당장 머리속에 그려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흑호출동이라면 호랑이가 동굴속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달려드는 모습이다. 즉 물러서 있다가 앞으로 힘차게 내딛는 모습이 그대로 느껴지지 않는가? 청룡출수는 어떤가 모양은 퇴보좌붕권이 알기 쉽지만 물러서며 한주먹 내지르는 느낌은 바로 망망대해 고요한 물속에서 용한마리가 튀어 나오는 느낌아닌가? 힘은 느껴지지 않지만 놀람이 있다. 그리고 부드러운 몸놀림이 있어야 한다. 물러서며 공격하는 것이지 않는가? 마지막 물러서는 초식은 태극권이라면 기술적으로 어떻게 표현했을까? 하지만 어떤 무공이든 잠시 공격에서 물러나 힘을 비축하기 위해 쉬는 모습은 모두 백학량시라 붙여도 좋을 만큼 고요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자 이젠 앞에서 얘기한 기술적 얘기들을 모두 잊어 버리고 모양이 갖는 형태와 느낌만으로 이름을 짓는 방법을 알아보자. 그걸 알려면 먼저 동물을 알아야 한다. 그럼 육합권을 살펴보자.

육합권(六合拳)을 하류무공이라고 하는 작가도 있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다. 육합권은 중원 무공의 기초가 되는 무공이다. 중원무공중에 육합권의 초식을 한두가지 집어 넣지 않은 무공이 드물 것이다. (물론 태극권은 제외다. 태극권은 기존 무공의 틀을 깬 도가특유의 사상만이 만들수 있는 무공이다. 그래서 중원이 아닌 곳에서는 나올 수 없는 무공이다.--한림생각--).육합권이 하류라면 그 초식을 쓰는 무공도 당연히 하류가 된다. 육합권은 십이형권(十二形拳)이라고도 한다. 열두마리 동물의 형태를 따서 만든 권법이라는 말이다. 그 열두마리짐승은 용,호랑이,원숭이,말, 악어,닭,꿩,제비,뱀,부엉이,매,곰이다. 육합권의 기본기술(여기서 말하는 기본기술이란 육합권을 대표하는 기술을 말한다. 앞의 오행권의 '내지르는' 기본기술과는 뜻이 다르다.) 은 용신(龍身),웅방(熊膀),계퇴(鷄腿),응조(鷹爪), 虎抱頭(호포두),뇌성(雷聲) 이다. 즉 움직임이 많은 기술은 용(龍)권이고, 후려치기는 웅(熊)권, 발차기는 계(鷄)권이며 손가락기술은 응(鷹)권이고 잡는기술은 호(虎)권이다. 뇌성이란 기합소리를 말한다. 기합이 중요기술로 들어가는 걸 보면 이 기합도 상대를 공격하는 기술로 여겼던 모양이다. 그래서 와룡생류의 무협소설을 보면 사자후(獅子吼)등 음파무공이 나오는 것 같다.(김용도 써먹었던가? 의천도룡기에서?)


위의 다섯마리 동물을 염두에 두고 열두마리 동물을 살펴보자.

1)용형권(龍形拳)

용형권은 낮은 자세에서 점프하여 공중에서 좌우을 바꾸거나 회전하는 기술이어서 운동량은 십이형권에서 최고라 할만하다. 더 낮은 자세로 낮추어 위로 뛰는 것도 더 낮을수록 고수라한다.(아마 초보자는 높이 뛰어야 공중에 오래머물며 회전할 틈을 가질수 있기 때문인 모양이다.).우리가 기억해야하는 것은 바로 용신(龍身)이다. 용권은 몸을 많이 사용한다.


2) 호형권(虎形拳)

호형권은 양손을 많이 쓰는게 특징이다. 태극권의 ~안(按)의 기술과 흡사하다. 오행권의 벽권기술과 거의 비슷.


3) 후형권( 形拳)

후( )란 원숭이(猿)을 말한다. 민첩한 움직임으로 사방팔방으로 뛰어 다니며 권을 사용한다. 후에 나온 통배권(通背拳)은 같은 류이다.(통배권 또는 오행통비권은 청성파의 무공으로 알려져 있다. 권을 길게 내뻗는게 특징이어서 원숭이처럼 긴팔이라해서 이름이...)


4) 마형권(馬形拳)

마형권은 두손을 동시에 내지르는게 특징이다. 그러므로 발로 힘껏 땅을 차야 힘을 얻을 수 있다. 권은 손 등을 위로 한 상태이다. 뒷발을 차는 말의 모습을 닮았다해서 이름붙여진 모양이다. 오행권의 횡권과 비슷하다.


5) 민형권( 形拳)

민( ; 맹이라 읽는지도 모른다)은 악어를 막한다. 옛날 장강(양자강)에 악어가 살았던 모양이다. 민용( 龍) 또는 저파룡(猪婆龍)이라고도 한다. 어떤 권법인지 자료가 없다.


6) 계형권(鷄形拳)

닭의 민첩한 움직임을 모방했다는데서 나왔다고 한다. 소림류의 심의권에서는 하반신을 단련하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걷는 계행보(鷄行步)가 남아 있다. 그래서 퇴법의 기본기술로 인정한다.(하반신에 중심을 두면 손을 많이 쓸텐데 왜 퇴법의 기술이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무공은 자기의 가장 강한 부분을 공격의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게 한림의 생각이다. 평소 다리힘을 기른사람은 손을 쓰는것보다 발을 쓰는게 더 위력적이지 않겠는가? 소요장강기에서 강남은 강이 많아 선상에서 하반신의 중심잡는 기술이 무척 중요하여 하반신연마가 많고 그래서 퇴법이 발달했다는 논리를 편것도 그런 이유에서다.(한림생각) 다른 의견으로는 선상에선 중심잡는게 가장 중요한데 발을 쓰면 자세가 흐트러지니 권법이 발달했고 현재 강남엔 권법이 많다는 의견도 있다. 참조가 될까해서 적는다. 독자가 판단할일이다. 하지만 여기선 계행권은 퇴법이다.)


7)요형권( 形拳)

요( )란 장끼, 즉 숫퀑이다.작응(雀鷹)이라 하기도 한다. 용맹민첩(우리가 아는 꿩의 모습관 조금다르다)하고 숲속에 뛰어들었다가 하늘 높이 날기도 하는 모습이다. 일거에 몇가지 수법을 터뜨리는 모양이 많다.


8)연형권(燕形拳)

연(燕)이란 제비이다. 제비란 어떤 동물인가? 새중에 가장 빠른 새이다. 그래서 전진후퇴 뛰고 내림이 무척 기민한 권법이다. 십이형권중에 제일 빠른 권법이겠다.


9)사형권(蛇形拳)

뱀의 움직임은 몸을 비비트는 것이다. 사형권의 움직임은 힘이 발출될땐 강하고 진퇴가 자유롭다.


10)격형권(形拳 ; 이글자는 자신없다.내가보기엔 격자로 보인다.)

'격'이란 부엉이다. 그래서 중지와 인지에 힘을 모으는게 중요하다.


11)응형권(鷹形拳)

응(鷹)이란 매이다. 우리에겐 응조공(鷹鳥功)으로 잘알려져 있다. 손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한 무공이다. 손가락의 연마에 중점을 준다. 십이형권에선 다음의 웅형권과 묶어 하나의 투로로 연습한다.


12)웅형권(熊形拳)

웅(熊)이란 곰이다. 곰은 민첩하지는 않지만 그 힘은 무시할수 없이 강하다. 웅형권의 기술은 주로 횡권으로 후려치는 기술이다.

자 이제 동물의 특성을 배웠으니 초식을 한 번 만들어 보자. 손가락두개에 힘을 모아 상대 무기를 나꿔챘다면 아무래도 부엉이가 쥐를 나꿔채는 것이니 격자취서(격子取鼠)가 어울리지 않겠는가? 대여섯명이 막아선 곳에 한꺼번에 서너번의 권을 내지르며 달려들어간 모습은? 요자입림(요子入林)이 좋겠다. 꿩이 정신없이 숲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가볍게 땅을 차며 신속하게 상대를 공격하는 모습은? 연자착수(燕子搾水)가 좋겠다. 제비가 가볍게 물을 차며 날아 오르는 모습이다. 모두 자(子)자를 붙이는건 어감 때문이다. 네글자가 어감이 좋다.다른 형용사를 붙여도 좋다. 연자착수대신 비연착수(飛燕搾水)라 하면 더욱 날쌘 모습이 연상된다. 요자입림보다 금요입림(金요入林)이라고 하면 뛰어드는 꿩(?)의 모습이 아주 화려해 보이지 않는가? 엄청난 힘으로 상대허리를 후려쳤다면? 흑웅격수(黑熊擊樹)는 어떨까? 곰이 앞발로 나무둥치를 후려치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흑웅대신 백곰을 넣어도 좋다.그러나 흰곰 보단 불곰이나 흑곰이 더 사나워 보이니.... 그냥 진보횡권(進步橫拳)이라고 했을 때 보다 흑웅격수라고 했을 때 독자가 느끼는 감정은 훨씬 다를 것이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것이 있다. 기술적 이름은 아무에게나 잘 어울린다. 하지만 느낌을 중시하는 형태를 딴이름은 아주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주 아름다운 여주인공이 흑웅격수를 썼다고 하면 흑웅과 여주인공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뚱뚱한 노승이 연자착수로 차고 올랐다면? 천하제일고수가 요자입림의 수법으로 뛰어들었다면? 천하제일 고수를 꿩의 모습으로 본것이라 오히려 우스꽝스럽다.

그럼 이제 동물모양을 많이 쓴 무공이름 예를 한 번 보자. 아무래도 소림오권이 좋겠다.

소림오권(少林五拳)은 나한오행권(羅漢五行拳)이라 하기도 하는데 모두 백팔 초식이 있다고 한다. 나한권,십팔나한권, 나한신권 또는 통틀어 소림권이라고 하기도 한다. 소림권에 대해선 역시 전하는 말이 많다. 전설에 의하면 이 나한권(소림권)은 불교의 성자들인 108명의 나한들이 각각 한동작씩 만들어 낸것이라 한다. 또 나한권은 원래 달마(達磨)의 역근경(易筋經),세수경(洗髓經) 64식에서 나왔다고 하는 얘기도 있으며,각원상인(覺遠上人)이 나한 18수를 72수로 고쳐 만들어 소림권 을 대성했다는 얘기,백옥봉(白玉峰)이 소림사에 귀의하여 170수의 소림권을 만들었고 그에 의해 소림오권이 완성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소림권의 가장 기본인 소림오권의 다섯 동물을 살펴보자. 다섯동물이란 용호표사학(龍虎豹蛇鶴)이다. 이 다섯동물에는 각기 그 묘용이 있다.

◆용권연신(龍拳練神)이란, 용권의 장점은 연신(練神)에 있는데 그 것은 경정(經靜)의 변화에 치중한 것으로서 내경(內勁)의 운용을 잘 살린 것이다. 신(神)이란 몸(身)을 말한다. 이는 앞의 형의권을 보면 알수 있다. 근육의 힘보다는 몸안의 기를 이용하여 민활한 움직임을 주로한다.

◆호권연골(虎拳練骨)이란,호권의 장점은 연골(練骨)에 있는데 세(勢)에 치 중한 것으로서 명렬한 기세와는 달리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주지 는 않는다.팔을 튼튼히 하고 허리를 견고하게 하며 겨드랑이의 힘을 증대시킨다. 한번 잡히면 빠져나오기 힘들정도의 힘을 단련한다.

◆표권연력(豹拳練力)이란,힘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는 말이다.자세를 낮추고 허리와 쌍권에 힘을 이끌어 전신에 힘이 넘치게 한다.날렵한 동작에 치중하여 변화가 많다.

◆사권연기(蛇拳練氣)란,사권의 특징은 기 수련(練氣)에 있는데 부드 럽고 막힘이 없으며 무척이나 행동이 민첩한 데 장점이 있다.

◆학권연정(鶴拳練精)이란,학권의 특징은 연정(練精)에 있는데 정확하고 혹독하며 단 일격에 상대의 급소를 적중시키는 것이다.

이들 동물의 모습을 따 만든 초식이름을 보면 대강 그 요결의 의미를 알수 있다. 초식이름을 보아서는 정확히 그 모양을 알수는 없지만 그 초식의 쓰임새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1. 용;

◆쌍룡도미(雙龍掉尾) 쌍용이 꼬리를 휘젖는다는 말이다.

◆금룡헌조(金龍獻爪) 금룡이 발톱을 내민다는 말이다.

◆백룡회수(白龍回首) 흰용이 머리를 튼다.

◆용기횡강(龍氣橫江) 용이 강을 건는다.

◆반룡탐조(盤龍探爪) 반룡이 발톱을 내민다.

◆유룡퇴보(遊龍退步) 용이 한가히 물러난다.

대부분이 몸의 움직임을 주로 한 초식들임을 알수 있다.


2. 호랑이;

◆흑호시조(黑虎試爪) -흑호가 발톱을 시험한다.

◆호장파풍(虎掌爬風) -호랑이 권이 바람을 긁는다.

◆아호심양(餓虎尋羊) -굶주린 호랑이가 양을 찾는다.

◆흑호좌동(黑虎坐洞) -흑호가 동굴에 앉아 쉰다.

◆맹호신요(猛虎伸腰) -맹호가 허리를 쭉편다.

◆백호퇴산(白虎推山) -백호가 산을 밀어낸다.


강한 인상을 주는 초식이름들이다.

3.표범;

◆금표정신(金豹定身) 표범이 몸을 곧춘다.

◆지분사절(地盆斯折) 가슴뼈를 쪼갠다?

◆표자천애(豹子穿崖) 표범이 절벽을 기어오른다.

◆표자롱구(豹子弄球) 표범이 공을 가지고 논다.

◆금표조천(金豹朝天) 표범이 아침하늘에 밝게 빛난다?

◆금표직권(金豹直拳) 표범이 권을 내지른다.


호랑이보다는 빠른 몸놀림의 느낌이 든다.

4.뱀;

◆팔괘사형(八卦蛇形)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양

◆백사토신(白蛇吐信) 백사는 공격전에 입을 벌리고 독액을 내뿜는다.

◆독사란로(毒蛇 路) 독사가 길을 막다.

◆양사분로(兩蛇分路) 두마리뱀이 갈라친다.

◆백사반서(白蛇盤鼠) 백사가 쥐를 삼킨다.

◆독사수동(毒蛇守洞) 독사가 동굴을 지키는 모양.

손끝의 움직임이 잘보이는 모양이다. 한림은 야랑전설에서 사권의 초식을 이용해 초식의 무용을 비꼬는 장면을 썼었는데 얼마나 독자들이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5. 학;

◆백학량시(白鶴亮翅) 백학이 날개를 접는다.

◆야학심식(野鶴尋食) 학이 먹이를 찾는다.

◆웅학쇄령(雄鶴刷翎) 학이 깃을 비빈다.

◆백학독립(白鶴獨立) 백학이 한다리를 들고 선다.

◆학조인사(鶴爪印沙) 학의 발이 모래에 자국을 남긴다.

◆냉학수매(冷鶴守梅) 겨울 학이 매화나무를 지킨다.

학권은 요혈을 노린다고 하는데 초식이름으로 보면 그리 모양이 잡히지 않는다.

이곳에 적힌 초식들을 보면 그리 잘지은 이름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대강 동물의 특성을 어떻게 이름짓기에 이용하는가는 쉽게 알 수 있다. 다음으로는 동물을 사용해서 만든 이름을 몇가지 더 살펴보겠다.

이번에는 소림오권에서 보지못한 여러초식들을 나열해 보았다.


1.용

◆황룡출수(黃龍出水)

◆청룡파미(靑龍擺尾)

◆청룡탐조(靑龍探爪)

◆금교쇄주(金蛟鎖柱) -교룡이 기둥을 휘감는 모습이니 채찍에 쓰는 초식이다.

◆반룡질전(盤龍疾轉)

◆신룡입해(神龍入海)

◆쌍룡출해(雙龍出海)

◆독룡출동(毒龍出洞)

◆금룡탐조(禽龍耽鳥)

◆반룡요보(盤龍繞步)

◆비룡번신(飛龍飜身)

◆오룡요주(烏龍繞株)

◆쌍룡쟁주(雙龍쟁주)

대부분이 용이 몸을 움직이는 초식이니 쉽게 구별할것이다. 마지막 여의주를 놓고 싸우는 두마리 용의 모습은 제법 강한 모습이 느껴진다.


2. 호랑이;

◆흑호신요(黑虎伸腰)

◆흑호찬심(黑虎 心).

◆맹호박식(猛虎撲食) -맹호가 먹이를 갈긴다..

◆와호박식(臥虎搏食) -누운 호랑이가 먹이를 끌어 안는다.

◆과호등산(跨虎登山) -호랑이가 산을 오르는 형세


3.표범;

◆금표로조(金豹露爪).

◆직강표두(直降豹頭)


4.뱀;

◆장사출동(長蛇出洞)

◆등사입초(騰蛇入草)


5. 학;

◆선학량시(仙鶴亮翅)

◆백학충천(白鶴沖天)

◆일학충천(一鶴沖天)

◆백로횡강(白鷺橫江)

앞의 소림오권과는 달리 보통 새들이 나오면 경신술이 많다. 나중에 별도로 경신술(경공술)을 별도로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6.봉황;

◆봉황전시(鳳凰展翅),대붕전시(大鵬展翅)

◆봉황점두(鳳凰點頭),붕박만리()

큰새가 날개를 펴는 모습의 전시(展翅)는 새마다 나온다.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릴때 쓰는 초식이 대부분이다. 붕이란 장자의 소요유편에 나오는 전설의 새이다.


7.기러기

◆안익서전(雁翼舒展).

◆홍안전시(鴻雁展翅)

◆평신안시(平伸雁翅)

◆금안월령(金雁越嶺)

위의 새초식은 모두 기러기가 날개를 펴는 모습이고 마지막것은 높은 고개를 넘는 모습이니 모두 경신술에 사용하는 초식으로 보인다.


8.원숭이

◆원후적도(猿 摘桃)

◆선원적화(仙猿摘花)

◆백원탐로(白猿探路)

백원은 신령한 동물로 여기는 원숭이이다. 손오공이(원후)이 복숭아를 따는 모습은 서유기에서 나왔고 신령한 원숭이가 꽃을 따는 것이나 흰원숭이가 길을 찾는 모습은 사람이 갈수없는 절벽에서 움직이는 원숭이 모습을 보인다.


9.제비

◆연자급수(燕子汲水).

◆연자찬운(嚥子鑽雲)

◆비조투림(飛鳥投林)

◆괴조수운(怪鳥岫雲)

모두 가벼운 몸놀림을 나타내는 초식이다.


10.잉어;

◆이어번신(鯉魚飜身).

◆이어타정(鯉魚打挺)

◆금리도천파(金鯉渡穿波)

◆금리약연(金鯉躍淵)

◆어변성룡(魚變成龍)

◆어번약신(魚飜躍身)

잉어(鯉魚)는 강의 왕자이다. 용과 뜻이 통한다. 그래서 몸의 움직임을 주로하는 초식이다. 잉어대신 용을 써도 되지만 그 모습이 매우 연약해 보이니 가려 쓰는게 좋다.


11.닭;

◆한계독보(寒鷄獨步) -계권은 그 보법이 매우 유명하다.

◆맹계탁속(猛鷄啄粟) -닭이 조를 쪼는 모습이다.


12.사슴;

◆매록헌화(梅鹿獻花)


13.소;

◆철우경지(鐵牛耕地)

아주 유명한 초식이다. 소가 밭을 가는 모양이다. 강맹한 힘을 보이는 모습이다.


14.사자;

◆사자후(獅子吼)

◆사자귀림(獅子歸林)

◆사출동혈(獅出洞穴)

동양의 사자는 숲과 동굴에 살은 모양이다. 사자후는 불법에서 쓰는 말이라 유명하지만 아래 두초식은 어울리지 않는다.


15.나비;

◆호접천화(蝴蝶穿花)

나비가 꽃사이를 누비며 꿀을 빠는 모습이다.


16.매;

◆창응박토(蒼鷹搏兎)- 매가 토끼를 나꿔채는 모양이다.

◆금조전시(金雕展翅); 조란 수리이다.봉황전시와 같다.


17.이리;

◆낭수탐미(狼首貪眉)


18.당나귀;

◆나려타곤(懶驢墮坤)

너무나 유명한 초식. 지친 당나귀가 땅에 뒹구는 모습이니 무협에선 최악의 초수로 나온다. 하지만 실제로 지당권(地堂)이란게 있어 땅을 뒹굴며 공격하는 수법이 무가에서 그리 천하게는 여기지는 않은것 같다.


19.박쥐;

◆첨현비서(詹懸飛鼠)

비서(飛鼠)란 박쥐를 말하며 편복이라고도 한다. 박쥐가 처마에 거꾸로 매달린 모습이니 무협에선 집안을 정탐하는데 가장 많이 서먹는 초식이다. 한림은 다른 이름으로 써먹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20.고양이;

◆흑묘박서(黑猫撲鼠)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두들기는 모습이다. 차라리 흑묘농서(黑猫弄鼠)가 더 좋지 않은가? 쥐를 가지고 논다고 하는게...

이상 동물을 사용한 초식이름을 살펴보았다. 이들 초식은 그 모양을 짐작하기 보다는 느낌이 강하다는걸 알수 있을 것이다. 이제 동물을 떠나 무협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초식을 만들어 내는가 알아보자.

지금까지 기술적 이름짓기와 동물의 모양새를 딴 이름짓기를 살펴보았다. 이들 이름들은 대개 실제 무공초식에 쓰이는 것들이다. 그런데 더욱 기묘한 초식이름은 지금부터이다. 다른 방법으로 초식에 많이 쓰이는 것은,


1. 사람의 형태나 고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2. 자연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사람의 형태나 고사를 이용하는 방법중 유명한 것으로는,

◆선인지로(仙人指路)- 신선이 손을 들어 길을 가르키는 모양으로 권법이나 검법에 쓰인다.

◆동자배불(童子拜佛) 또는 동자배관음의 초식은 부처에 절하는 어린 소동의 모습으로 보통 대결에 앞서 예를 차리는 모습이나 공격초수로 사용되기도 한다.

◆고조참망(高祖斬芒)은 한고조 유방이 길을 가는데 구렁이가 막았다. 유방이 단칼에 베고나니 왠 노파가 울부짖는다. 그 구렁이가 바로 백제의 아들 이었고 유방이 적제의 아들이라는 고사다.

◆패왕거정(覇王擧鼎)은 춘추전국시대 패왕이 되면 신정을 모시고 군웅들을 모은다는 얘기에서 나온것이다. 또는 초패왕 항우를 나타낼수도 있다.

◆일위도강(一葦渡江)은 달마대사가 버들잎을 의지하고 남경앞 장강을 건넜다는 데서 나온 경신술이다.

◆단봉조양(丹鳳朝陽)은 장안성(長安城) 백성들을 모두 놀라게 했다는 조양봉(朝陽峰) 단봉(丹鳳)의 울음소리다. 온누리에 퍼지는 초식을 의미한다.

자연을 이용하는 방법으로는 회풍파류(廻風擺柳),춘뢰주야(春雷走野), 등등 바람, 별,번개,뇌성, 나무등 수없이 많다.

이런초식은 나중에 한번 살펴보기로 하고 우선 이 분야의 최고봉인 김용의 수법을 한번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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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이나 고사를 이용한 김용의 초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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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은 풍부한 지식을 이용하여 적잖이 기묘한 초식들을 만들어 내었다. 그중 한림이 가장 좋아하는 신조협려에서 살펴보자. 신조협려는 김용의 작품에서 무공초식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작품이다. 소용녀는 고묘파의 전인인데 그녀가 쓰는 옥녀소심검(玉女素心劍)은 소용녀와 잘 어울리는 수법이다. 옥녀란 선녀이고 소심이란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이니 소용녀의 이미지와 딱 떨어지지 않는가?

◆수휘오현(手揮五絃)-태극권의 수휘비파를 교묘히 바꾸어 오현으로 대신했다.
◆옥녀투사(玉女套梭)-태극권의 옥녀천사를 교묘히 바꾸었다. 비록 옥녀천사보다는 덜 아름답지만 김용의 수법으로 변화시켰다.
◆금필생화(錦筆生花)--비단에 그림을 그리니 꽃이 피어난다.
◆낭적천애(浪迹天涯)-파도가 절벽에 흔적을 남긴다.
◆화전월하(花煎月下)- 달밤에 꽃전을 부쳐먹는다.
◆청음소작(淸飮小酌)-작은 잔에 맑은 청주한잔.(여성적이지 않는가?)
◆무금안소(撫琴按簫)-거문고를 어루만지며 퉁소를 누른다. 다시말해 거문고를 튕기며 퉁소의 구멍을 누르는것이니 분다는 의미이다.
◆소설팽차(掃雪烹茶)-눈을 쓸어담아 차를 끓인다.(얼마나 낭만적인가?) 찻물로는 첫눈이 가장 좋다했는데...
◆송하대혁(松下對奕)-소나무밑에서 바둑을 둔다.
◆지변조학(池邊調鶴)-연못옆에서 학과 논다.
◆소원예국(小園藝菊)-작은 정원에서 국화를 다듬는다.
◆유음연구(柳蔭聯句)-버드나무 밑에서 시를 읊는다.
◆죽렴임지(竹簾臨池)-대나무들이 연못을 둘러쌌다.
◆채필화미(彩筆畵眉)-각종 색으로 눈썹을 그린다.
◆거안제미(擧案齊眉)-상을 눈썹높이로 들어 올린다. 이건 원래 거안여미제라는 시구로 맹광이란 부인이 남편에게 밥상을 들고 갈때 항상 눈높이로 들고 갔다는 고사에서 비롯됐다. 이초식은 옥녀소심검법에 어울리지 않는다. 아마 한림이 잘못 뽑았든가 아니면 김용의 실수이겠다. 하지만 분명히 소용녀가 쓴 검법이다.
◆호완옥촉(皓腕玉,月+蜀)-하얀 팔뚝과 옥같은 가슴.

이게무슨 무공초식이냐고 생각하겠지만 앞의 태극권을 비교해보라. 금필생화는 붓처럼 검끝이 떨리며 수많은 검화를 만드는 모습이고 낭적천애는 거친 검풍이 상대의 가슴을 쳐가는 느낌이지 않는가? 청음소작은 작은 손을 들어 고개를 젖히고 상대의 무기를 피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 옥녀소심검을 보면 별유천지에 노니는 선녀의 일상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눈처럼 옥처럼 흰 살결을 지닌 선녀,소용녀가 아침에 일어나면 눈썹을 그리고(화장)난뒤 작은 뒷뜰에서 국화를 손질 하고 대나무 우거진 연못에서 학과 노닐다가 봄날엔 버드나무 밑에서 시를 짓고(대련을 하니 아마 상대 신선이 있는 모양이다), 여름이면 소나무 밑에서 바둑을 두고 가을달밤엔 국화전에 죽엽청한잔, 겨울이 되면 눈을 받아 찻물을 끓인다. 그러다가 꽃을 그리거나 비파를 타거나 퉁소도 분고 베틀에 앉아 천의를 짠다. 김용이 어떻게 이 초식을 만들었 는지 짐작이 가는가? 이런 무공초식은 소용녀에겐 그저 일상생활하는게 무공연습하는 거나 다름없고 다른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김용이 무공초식에 대해 갖는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낸 부분이라 하겠다.

김용이 무술초식을 만드는데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미인을 이용했을 때이다. 신조협려의 양과와 육무쌍이 한바탕 드잡이질을 하면서 초식을 논하는 부분이다. 이때 양과는 미녀권법(美女拳法)을 쓴다.

◆초선배월(貂蟬拜月)-초선은 동탁을 죽이기 위해 미인계로 들어간 불운한 여인이다. 달을 보며 비는 슬픈 초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소용녀가 동자배불 초식을 썼다고 할때와 초선배월을 썼다고 할때 독자가 느끼는 감흥을 비교해보라.
◆서시봉심(西施捧心)-서시는 월왕 구천이 오왕 부차에게 바친 미인이다.
가슴이 아팠던지 항상 가슴을 손으로 누르며 찌푸렸는데 그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여인들이 너나(?)할것없이 찌푸리고 다녔다는 얘기의 주인공이다.
◆소군출새(昭君出塞)-왕소군은 비운의 왕비로 흉노족 선우에게 바쳐진다. 소군이 새외로 나갈때 그녀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것을 알았을까?
◆문군당로(文君當爐)-탁문군은 사마상여와 도망치곤 술집을 열어 당뇨를 앓는 사마상여를 보살폈다. 그러니 화로를 지키고 앉은 탁문군의 모습이 그려진다.
◆농옥취소(弄玉吹簫)-농옥은 진 목공의 여동생으로 소사(蕭史)라는 젊은이에게 시집갔다. 이 소사는 퉁소의 달인이었다. 그러니 농옥이 퉁소를 불지 않겠는가? 이들 두사람은 나중에 봉황을 타고 하늘로 등선했다. 김용은 소사승룡(蕭史乘龍) 이라는 초식도 만들어 내었으니 이들 부부에게 관심이 있었던 모양이다.
◆귀비취주(貴妃醉酒)-양귀비는 요염함의 주인공이다. 춤을 그리 잘추었다지 않는가? 그녀는 술이 있는 연회석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술에 취한듯 비틀대며 보법을 밟는 소용녀의 모습이 요염하기까지 하니 취권보다 더 절묘한 느낌이 들지 않는가?
◆측천수렴(則天垂簾)- 측천무후는 중국의 최고 여걸이다. 아들인 중종과 예종의 뒤에서 수렴청정하다가 마침내 아들까지 폐위하고 스스로 황제위에 올랐던 아름다운 여걸이다. 누가 감히 주렴뒤에 있는 무후에게 다가가겠는가? 이 초식이름에서 금강부동신법과 같은 위력이 느껴지지 않는가?
◆일소경국(一笑傾國)- 경국지색이란 나라를 기울게 할만큼 아름다운 여인을 말한다. 한번 웃음에 나라를 기울게 하다니, 이건 더욱 과장이 아닌가?
◆낙신릉파(洛神凌波) -능파선자(凌波仙子)는 물을 다스리는 선녀이다.아름다운 선녀의 대명사로 나온다. 그녀를 이용한 초식은 많다. 더구나 김용은 천룡팔부에서 이 능파선자의 보법을 절묘한 보법으로 만들어냈다. 단예가 능파미보(凌波迷步)하나만으로 고수의 초식을 간단히 피하는 장면이 수없이 나온다.
◆만요섬섬(蠻腰纖纖)-만족여인의 허리가 그렇게 가는가? 이건 아무래도 신법을 묘사한것 같다.
◆목란만궁(木蘭彎弓),목란회사(木蘭廻射)-목란(뮬란)은 아마 활을 잘쏜 모양이다. 앞의것은 활을 당기는 모습이고 뒤것은 몸을 돌려 활을 쏘는 모습이다. 디즈니 만화영화를 본사람이 많을테니 한림보다 잘알것이다.목란이 미인인지...
◆항아절약(嫦娥竊藥)-항아는 달의 선녀. 남편 예가 서왕모에게서 얻어온 불사약 을 훔쳐 달로 달아났다.
◆반희부시(班姬賻詩)-반희는 반첩여를 말하는듯. 희란 왕의 비빈을 말한다. 반첩여는 조비연자매의 농간에 성종의 총애를 잃은 여인이다. 결국 그 원통함을 시로 남겼는데 원가행(怨歌行)이다.
◆여화소장(麗華梳裝)-여화는 바로 이후주(李後主)의 애총으로 머리카락이 7척이나 되었으며 빛이 나 사람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이후주는 결국 그녀로 인해 정사를 팽개치고 나라가 망하게 되었다. 그런 여화가 머리를 빗질 하며 꾸미니 얼마나 현란하겠는가? 김용은 이 '소장(빗질하며 꾸미는)' 이라는 말이 맘에 들었는지 여자를 바꾸며 XX소장이라는 초식을 계속쓴다.

다음미녀들은 여러분이 찾아보라.
◆문희귀한(文姬歸漢)-문희가 한나라로 돌아오다.
◆홍선도합(紅線盜盒)-홍선이 상자를 훔치다.
◆홍옥격고(紅玉擊鼓)-홍옥이 북을 치다.
◆녹주추루(綠珠墜樓)-녹주가 누각에서 떨어지다.
◆홍불야분(紅佛夜奔)-홍불이 야반도주를 하다.
◆마고헌수(麻姑獻壽)

이들 초식이름은 고사를 알지못하면 아름다움을 모른다.소군이 퉁소를 불고 초선이 화로를 지켰다고 해보라. 얼토당토않은 얘기가 되어 버린다. 이중 백미는 아무래도 서시봉심과 초선배월이겠다. 너무 아름다운 장면이다.더구나 이들 초식을 쓰는 동작이 대결장면에서 이름과 너무도 딱 맞아 떨어질때 독자는 두세배의 감흥을 얻는다. 김용은 이 미인초식이 아쉬운지 다른 작품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시킨다.


녹정기 4권에 홍안통교주와 홍부인이 위소보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장면이 나온다. 홍부인이 먼저 미인삼초(美人三招)를 가르친다.실제 동작은 김용이 자세히 설명 하고 있으니 한번 비교해보라.

◆귀비회모(貴妃回眸)-요염함의 대명사인 양귀비이니 눈동자를 돌리는 모습이 얼마나 요염하겠는가? 양귀비는 풍만한 몸매로 춤추듯 움직였다.
◆비연회상(飛燕廻翔)- 조비연은 한나라 성종의 총애를 받던 여인이다. 두자매가 같이 비로 들어갔는데 미인이면서 성격은....어쨌든 조비연은 제비로 통한다. 그 이름처럼 엄청 날씬했던 모양이다. 양귀비가 날듯이 움직였다면? 이상한 느낌이 들었을 거다.
◆소련횡진(小憐橫陳)- 소련이 누군지 모르겠다. 소련이라는 미인이 진나라를 숨어서 지나간 모양이다.

홍교주가 이걸보고 위소보에게 영웅삼초(英雄三招)를 가르친다.

◆자서거정(子胥擧鼎)- 오자서가 화로를 들어올리는 모습이라나.
◆노달발류(魯達拔柳)- 노달은 수호지의 노지심(魯智深)화상을 말한다. 도적들을 상대로 하여 버드나무를 뿌리채 뽑아 흔들었다는 얘기이다.
◆장창화미(張敞畵眉) - 장창은 아마 일류 화가였던 모양이다.

이 초식을 본 홍부인이 한마디한다. 장창은 영웅이 아니라고 했던가? 그러자 홍교주가 얼른 수정을 한다.

◆적청항룡(狄靑降龍)- 적청은 말을 잘다루기로 유명한 사람. 여기서 용이란 천리마를 말한다. 야생의 천리마위에 타고 말을 길들였다는 말이다.

홍부인이 멋적게 한숨짓는다. 아무래도 이들 초식은 노수삼초(老壽三招;할아버지삼초)와 노파파삼초(老婆婆三招;할머니삼초)라고. 위소보가 옆에서 아양을 떤다. 자기처럼 어린이가 쓰면 금동삼초(金童三招), 옥녀삼초(玉女三招)가 된다고.

어찌보면 이들 초식은 장난끼가 넘치는 초식이름이라고 할지모른다. 독자중에는 미간을 찌푸리는 사람도 있을것이다. 김용이 잘난척 한다고.하지만 김용이 초식 이름이 아닌 무공이름을 만들어 낸것과 비교해보면 분명히 다른점이 나온다. 김용은 수많은 얼토당토않은 무공을 만들어 내었다. 합마공(蛤膜功),구음진경(九陰眞經) ,건곤대나이,흡성대법,무슨 독공등등... 그들에 비하면 얼마나 아름다운 초식인가? 작품을 써본 사람은 알것이다. 무공이름을 만들어 내는건 쉽지만 초식을 만들어 내는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그것도 캐릭터와 동작에 맞는 초식을 말이다. 김용은 동작에 맞게 초식을 만들어 내었다. 아마 이런 초식을 만들어 내는데 무척 고심했을것이고 조심했을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독자는 그 의미를 모르고 skip했음이 분명하다. 중국인중에서 얼마나 알았을까? 한국독자라면?
그러나 이들 초식을 씀으로써 신조협려는 의천도룡기나 사조영웅전보다 더욱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김용은 소용녀가 쓰는 무공에 무척 신경을 썼다. 소용녀는 한번도 살벌한 초식을 쓰지 않는다. 김용은 소용녀를 선녀로 묘사해야만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소용녀가 더욱 사랑 스러운지 모르겠다.(한림에게만).의천도룡기엔 소용녀와 양과의 후손이 나온다.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소용녀의 본래모습에 가장 가깝다.소용녀는 천상에서 지상으로 떨어진 선녀의 모습이지만 의천도룡기의 그녀 후손은 거의 천상선녀의 모습이다.김용이 소용녀에 대해 갖는 애착을 다시 한번 느낄수 있는 부분이다.

더욱 황당한 초식이 신조협려 마지막권에 나온다. 소용녀를 잃고 16년을 기다리는 양과가 소용녀를 그리워하며 만들어 낸 초식이다. 이걸 다음에 살펴보자.
김용은 초식이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았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초식이란 움직임이다. 그런데 김용은 움직임이 없는 초식을 만들어 낸다.일견보면 무초가 유초를 이긴다는 얘기를 실증하기 위한것처럼 보이나 한림이 보기에는 그마저 실패한것 같다. 김용은 신조협려 마지막권에서 움직임이 아닌 감정으로 무공초식이름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름은 그렇게 만들어 내더라도 실제 무공이 될려면 동작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과연 성공했는지 한번 보자.

양과는 단장애에서 소용녀를 잃고는 세상을 16년간이나 떠돈다. 그러다가 암연소혼장(암然銷魂掌)이란 기상천외한 17식을 창안해 낸다. 이 초식하나하나가 소용녀를 그리워하며 혼마저 녹아버린(銷魂) 암울한(암) 양과의 마음을 담았다. 글자 그대로 양과의 입장에서 해석해 보겠다.

◆심경육도(心驚肉跳)- 심장이 놀라 뛰고 살이 떨린다. 자면서 놀라 깨보니 꿈에서 만난 소용녀는 없고 혼자뿐이다. 깨어나기가 두렵다.
◆기인우천(杞人憂天)- 기인(杞人)이란 하늘이 무너질까 겁내며 산다는 전설의 족속이다. 그들처럼 항상 하늘을 쳐다보며 16년동안 살아갈수 있을까 걱정하는 양과의 심정이 보인다. 양과는 무슨일이 있어도 16년은 살아야한다. 그래야만 소용녀를 볼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늘이 무너질까 겁내는 기인족과 다를게 있겠는가? 멋진 비유다.
◆무중생유(無中生有)-무슨 도덕경의 말씀인가? 무에서 유가 생긴다는 말이라기 보다는 언제나 없는듯 죽은듯 있지만 살아야만 하는 양과의 심정이다.
◆타니대수(拖泥帶水)-진흙엔 물이 잘 통과하지 않듯이 모든 행동이 꾸물꾸물 느린 형태이다.
◆배회공곡(徘徊空谷)- 빈 골짜기에 혼자서 돌아다닌다. 소용녀를 찾는것도 아니고 빈골짜기인줄 알고 있으니 더욱 안타깝다.
◆역불종심(力不從心)-몸이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말이다. 온몸이 나른하니 힘이 없다.
◆행시주육(行屍走肉)- 걸어다니는 건 시체요, 뛰어다니는 건 살집뿐이다. 그에겐 혼이 없다는 말이다.
◆용인자요(庸人自擾)- 떴떳한 사람은 스스로 요란히 떠들어댄다는 밀인가? 양과는 죽은 듯이 지내니 죄인이란 말인가? 사랑하는 소용녀를 잃었으니 죄인 인건 분명하다.
◆도행역이(倒行逆施)-자빠지거나 꺼꾸로 걸어가는 모습이다. 마지막자는 시보단 이로 읽는게 좋을것 같다. 세상을 거꾸로 보며 살아가는 양과의 심정이 나타난 듯하다.
◆폐침망식(廢寢忘食)-잠도 오지않고 음식도 목에 넘어가지 않는다. 침식을 잊은 모습이다.
◆고형척영(孤形隻影)- 홀로 있으니 따르는 것은 오직 그림자뿐이다.
◆음한탄성(飮恨呑聲)- 한숨만 쉬며 말은 삼켜 나오지 않는다.더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육신불안(六神不安)- 신(神)은 곧 신(身)이라. 온몸이 불안하다는 말이다.
◆궁도말로(窮途末路)- 모든길이 막힌 것과 다름없다. 가는 길이 어찌 탁 트여있겠는가? 양과가 걷는 길은 모두 16년후의 단장애로 귀착된다. 그에겐 그곳이 시발점 이고 종착점이다.
◆면무인색(面無人色)- 사람 얼굴이 사람색이 아니다. 웃음을 잃은 굳은 얼굴과 창백한 얼굴이 어찌 사람색이겠는가? 더구나 이때 양과는 가면을 쓰고 다닌걸로 기억된다.
◆상입비비(想入非非)- 소용녀의 생각이 들수록 참을수 없다는 말인가?
◆혼불수사(魂不守舍)- 혼이 집을 지키고 있지 못하다니? 집은 몸을 말하는듯. 혼과 몸이 따로 논다는 말같음.

이 초식이름들을 보면 한마디로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이건 마치 시체와 같은 사람이다. 과연 이런 얼토당토않은 초식이름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가? 김용은 이 암연소혼장에 대해 처음엔 거창하게 구상을 한것 같다. 주백통에게 양과가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장면이 그렇다. 그러나 그건 김용의 실수였던게 분명하다. 초식이름으로 양과의 심정을 표현하는데는 성공했으나 그걸 필요한 동작으로 연결시키는덴 실패한것 같다. 김용은 이들 초식중 몇가지의 동작을 그럴듯하게 설명한다. 심경육도(心驚肉跳)는 주백통이 가슴을 갈겼을때 가슴이 솜처럼 들어갔다가 반탄력을 갖고 주백통의 장을 튕겨낸다. 그럴듯하다. 기인우천은 하늘을 쳐다보며 위에서 찍어 누르는 상대를 팔로 막아내는 형태다. 이것도 그럴듯하다. 무중생유는 움직이지않고 있다가 주백통의 손이 다가왔을때 손발이 움직인다고 했다. 이건? 좋지못하다. 억지느낌이 강하다. 사람의 손발이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다면 이 초식하나로 무림을 제패했을 것이다. 도행역시를 설명하면서 양과는 물구나무선채 우장을 내민다. 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인다. 이게 다는 아니고 각초식은 무한한 변화를 내포한다고. 더이상 싸움장면을 만들지 못하고 결국 설명으로 들어간다. 김용 자신도 더이상 초식이름을 동작으로 연결하는데 실패했음을 실토하는 장면이다. 면무인색은 어떤거냐고 묻는 주백통에게 양과는 억지로 실토한다."내가 기뻐하면 적도 기뻐하고 내가 근심하 면 적도 근심하게 되어 결국 나의 명령을 따르게 되는 것이죠" 결국 동작이 아닌 섭심술이 되고 말았다. 이건 마지막부분에 가서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몽골군과 대치하며 곽정을 구하는 장면에서 양과는 암연소혼장을 쓰나 실패한다. 이미 소용녀를 만나 더이상 처참한 감정이 없어서라는게 김용의 설명이다. 그러다가 요결을 깨닫지만 결국 쓰는 초식은 네댓개 정도이고 스토리에 관계가 없다. 차라리 독고구검의 검술이 더 나았을뻔 했다.

하지만 한림이 보기에는 이건 큰 문제가 아니다. 초식을 염두에 두고 읽은 독자는 없을테니까. 처음에 암연소혼장의 강렬한 인상이 독자들에게 새겨져 양과의 애끓는 사랑이 독자에게 전달되었다면 성공한 셈이다. 몇몇독자만은 이걸 옥의 티라고 보겠지만 그런 독자가 몇이겠는가? 한림이라면 암연소혼장을 만들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말고도 양과의 무공은 이미 입신의 경지에 달했지 않는가? 차라리 작은 시나 짧은 얘기로 양과의 애끓는 사랑을 간접 묘사했을 것이다. 굳이 이 암연소혼장을 별도로 본것은 어설프게 초식을 만들어내다간 작품에 누가 될뿐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다. 김용같은 대가도 처리하기에 고심하는데 하물며 우리같은....

어쨌든 신조협려는 이렇게 아름다운 초식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누가 뭐라해도 김용의 무공초식중 백미는 아무래도 협객행이라고 본다. 글도 모르는 석파천이 무공을 배우는 얘기인 협객행은 절묘한 초식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걸 한번 살펴보자.

협객행(俠客行)이란 24구의 가사이다. 행(行)이란 노래를 뜻한다. 행류의 시가중 가장 유명한 것으론 백거이의 비파행(琵琶行)이 있다.

김용은 시간이 나면 무초(無招)가 유초(有招)를 이긴다는 요결을 적용할려고 애쓴 흔적이 여러작품에서 보이나 초식을 중요시하는 중원무술때문인지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이 협객행에선 더욱 그렇다. 그래서 오히려 김용의 솜씨가 빛나는 것 같다.

협객행은 협객도에 있는 24구의 시구와 그것을 그린 24폭의 그림인 협객행을 찾아나선 무인들 얘기이지만 그중에서 설산파(雪山派)와 금오파(金烏派)의 원한관계가 멋지게 펼쳐진다. 김용은 이들 두 문파의 대립을 여러가지 면에서 대비시킨다.

첫째, 설산파는 검을 쓰고 금오파는 도를 쓴다. 검(劍)은 정(正)이고 도(刀)는 반(反)이라는 중국무림의 관념이 드러난다. 이건 의천도룡기에서도 비슷하다. 의천검을 제압하는 유일한 무기가 도룡도이었던가?

둘째, 설산은 찬 음(陰)의 기운이고 금오는 태양속에 사는 새이니 양(陽)이다. 하지만 내 기억으로는 설산을 대표하는자는 남자였고 금오파는 사파파라는 여자였던가? 그점은 다시 확인해 봐야겠다.

셋째, 설산파의 검법과 금오파의 도법은 상극(相剋)이다. 이점을 오늘 살펴보기로 한다. 설산파의 무공을 창안한 얘기가 잠깐 나온다. 설산파가 위치한 능소성 안팎에는 매화꽃을 잔뜩 심어놓고 있었다. 과거 이 설산검법을 창안한 설산파의 조사가 매화꽃을 유난스레 좋아하다 보니까 검법 가운데 적지 않은 초식이 매화꽃이나 매화나무 가지 등의 형태를 본받아 창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김용은 설산파 검법과 금오파의 도법이 상극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금오파의 도법이 설산파의 검법을 제압하도록 만들어져 있어 쌍방향이라기 보단 일방향인 느낌이 많지만 그점은 김용의 설명을 그대로 받아 들이기로 하자. 아래의 글에서 앞의 초식은 설산파의 검법이고 뒤의 것은 금오파의 도법이다.

◆창송영객(蒼松迎客) : 개문읍도(開門揖盜);
푸른 송림에서 손님을 맞는다는 설산파초식에 대해 금오파는 문을 열고 도둑놈을 맞이한다 했으니 손님이 도둑놈이란 말이다. 김용의 설명으론 설산검법은 위선이고 금오도법은 솔직하단다.
◆매설쟁춘(梅雪爭春) : 매설봉하(梅雪逢夏);
매화와 눈이 봄을 시샘하듯 피어있는 모습의 설산검법에 대해 금오파는 '그놈의 매화와 눈에 여름 뙤약볕을 내려주겠다.'고 한다.매화는 금방 시들테고 눈은 금방 녹아버릴테니 정말 절묘하다.
◆명타서래(明駝西來) : 천균압타(千鈞壓駝);
좋은 낙타(낙타는 가끔 불교=달마의 뜻으로도 쓰임)가 서쪽에서 왔다. 그런데 금오파는 수천근의 짐으로 낙타를 짓눌러 버리겠단다. 균(鈞)은 무게단위이다.
◆풍사망망(風沙莽莽) : 대해침사(大海浸沙);
사막의 모래바람이 끝없이 불어오는데 금오파는 바닷물로 사막자체를 삼켜버리겠단다.
◆월색혼황(月色昏黃) : 적일염염(赤日炎炎);
달빛이 어둠을 황금빛으로 밝히는데 금오파는 뜨겁게 작열하는 태양을 내놓는다.
◆암향소영(暗香疏影) : 포어지사(鮑魚之肆);
담담한 향기가 어디선가 모르게 풍겨오는데, 금오파는 절인 생선을 여기저기 늘어놓겠단다. 절인 생선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 알것이다.
◆설니홍조 (雪泥鴻爪): 답설심매(踏雪尋梅);
기러기가 눈덮인 늪가에 발자국을 남기는데, 금오파는 매화꽃을 찾는다고 눈속을 뒤지고 다닌댄다. 그러니 기러기가 다 도망갈테고 금오파 발자국 만 남을뿐 기러기 발자국조차 남겠는가?
◆호마월령(胡馬越嶺) : 한장당관(漢將當關);
오랑캐의 기마병이 고개를 넘어오는데, 한나라 장군이 관문을 지키고 있다. 관(關)은 새외로 통하는 문이다. 그러니 오랑캐가 감히 넘어오지 못한다.
◆명월강적(明月羌笛) : 적일금고(赤日金鼓);
밝은 달밤에 오랑캐가 피리를 불어대니, 벌건 대낮에 북을 두들기겠단다. 강족(羌族)은 사천성 서쪽에 살던 흉노족이다. 북은 한족을 뜻한다.
◆노지횡사(老枝橫斜) : 장자절지(長者折枝);
설산검은 오래된 가지가 옆으로 비스듬히 뻗은 모습인데, 금오파는 늙은이가 그 가지를 잘라버리는 초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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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한 대비가 아닌가? 마지막 두초식은 다른 대비와는 조금다르다. 지금까지는 설산파가 선(善)이고 금오파가 철저히 악(惡)의 역할이지만 마지막 두초식에서는 설산파가 오랑캐고 금오파가 한족이다. 그런데 이건 선과 악의 대비가 아니라 정(正)과 반(反)의 대립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김용은 이들 무공초식을 대결장면에 적절히 넣어 동작과 연결시켜 멋진 성공을 하고 있다. 다시말하지만 무공초식을 만들어 냈다고 해서 다되는건 아니다. 이들 초식을 어떻게 적절하게 이름과 어울리는 동작으로 묘사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앞에서 말한걸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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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객행의 마지막 부분엔 협객도에서 협객행의 24폭 그림을 보고 석파천이 무공을 배우는 얘기가 나온다. 그 장면은 김용이 협객행을 어떤 의도에서 썼는지 확실히 느끼게 해준다. 다른 무협이라면 그냥 초장에서 무공이름만 적고 주인공이 무공을 익혔겠지만 김용은 협객행도를 배우는 것으로 작품을 끝낸다. 김용이 협객행에서 무공초식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수 있는 부분이다. 협객행도의 24폭 그림해석에서 김용은 적지않은 부분을 할애했다. 협객행도는 실제 존재하는 그림이라고 한다. 한림이 그 그림을 보았다면 기쁘게 24폭 그림을 해석해 보겠지만 아쉽게도 가진게 없다. 협객행도를 보아야만 진짜 협객행을 읽었다고 말할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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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세번에 걸쳐 김용의 절묘한 초식들을 훑어보았다. 이외에 그의 번뜩이는 기지가 발휘되는 초식이름들이 많지만 이정도로 충분하다고 본다. 이런 기묘한 이름을 어찌 만들수 있는가? 걱정한다면 아직 시기상조다. 이 강의가 끝날때쯤이면 김용만큼은 안되더라도 반쯤은 되리라고 확신한다. 이런초식을 만들어 쓴다고 읽을 독자가 있을까? 걱정한다면 한림도 할말이 없다. 하지만,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올수록 좋은 독자도 많아질것이라는데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젠 결말부분에 가까워졌다.자연을 이용한 초식을 보기전에 또하나 아름다운 초식이름이 즐비한 경신술(경공술)을 한번 살펴보자.
 

경공술(輕空術),경신술(輕身術),보법(步法)등을 총괄하여 신법(身法)이라 할수 있는데 이중 경공술과 경신술은 엄밀한 의미에서 동일하다고 할수 있다. 굳이 구별하자면 경공술은 공중으로 오르내리는 것이고 경신술은 장거리를 달리는 것이지만 둘다 몸을 가볍게 한다는 점에선 다를바 없다.

한림이 작품을 쓸때 고민한것중 하나가 무공을 어느정도까지 과장하느냐 하는 문제였다. 가능하면 실제적인 무공을 고집했지만 경공,경신술만은 거부하지 못했다. 굳이 그 이유를 밝히자면 이들 무공이 사람을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니란데 있고 누구나 과장이란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속어에도 눈썹이 휘날릴 정도로 달린다는 말이 있잖은가? 빠르게 달리는걸 풀잎위를 달리는것으로 묘사하는 것과 다를 것이 무언가? 하지만, 무공이름은 쓰지 않았다. 그냥 뛰어 올랐다든가 달렸다 정도로 묘사했다. (가끔씩 슬쩍 집어넣은것도 사실이다.) 무협소설의 무술중 가장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이들 경공,경신술이다. 이들 무공은 그 무공이름자체가 초식이름이 된다. 그래서 아름다운 이름이 많다.

이번에는 이들 경공 경신술과 더욱 황당하지만 멋진 무공초식이름 몇가지를 살펴보자.

앞에서 동물이름으로 만든 초식중 새에 관련된 이름은 신법이 많다. 대붕전시라든가 평사낙안,연자착수등은 아주 많이 써먹는 초식들이다. 하지만 이들 신법은 위에서 아래로 날아내리는 신법들이 대부분이고 실제로 사용되는 초식이 되지만 이번에 살펴볼 초식이름은 중력을 거스런 무공이름들이다. 다시말해 위로 날아 오르거나 붕떠서 달려가는 무공들이다. 그래서 신비스러운 것이다.이걸 과장으로 보는 독자도 좋고 가능한것처럼 읽는 독자도 좋다.

◆천근추(千斤墜)
추(墜)보다는 추(錘)가 더 좋을듯하다. 경공술은 아니고 신법으로 온몸의 힘을 하반신으로 내려 천근으로 내리누른다고 하니 1근이 400~800그램사이인걸 고려하면(도량단위는 시대마다 바뀌었다)400kg중~800kg중정도라는 셈이다.
◆무력답수(無力踏水)
정말 촌스런 이름이다. 물위를 걷는다는 의미인것 같으나...
◆칠보추혼(七步追魂)
일곱발짝 떼더니 귀신처럼 사라졌다는 말이다.
◆팔보간섬(八步看閃)
여덟발짝 떼더니 번개처럼 사라졌다는 말이다. 칠보추혼의 귀신보다 번개를 보았다는게 조금 더 멋있다.
◆부공삼매(浮空三昧)
부공삼매란 무의식 중에 붕떠오른다는 말로 내공수련이 극치에 이르렀을때 운기중 몸이 자연히 떠오르는 것을 말한다. 무슨 오기조원이니 생사현통이니 내공의 극치를 묘사하는 말엔 온갖말이 있지만 그중 가장 멋있다고 본다.
◆등평도수(登萍渡水)
일위도강(一葦渡江)보다는 훨씬 보편적이고 멋있다. 일위도강은 달마의 냄새가 나지만 부평초를 밟고 물위를 건느는건 아무나에게 어울린다. 그리고 버들잎보다 부평초가 얼마나 낭만적인가? 물론 장강보다는 연못처럼 작은 곳이란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금리도천파(金鯉渡穿波)
잉어가 파도를 헤치고 달리는 모습이니 날치가 물위를 나는 모습이 연상된다. 어쩐지 물속기술같은 느낌이 든다.
◆육지비등(陸地飛騰)
들위를 날고 산위를 오르는 모양을 너무 직설적으로 표현해 멋이 없다.
◆천마행공(天馬行空)
천마가 하늘을 나는 모습이라...김용이 써먹은 수법인데 멋이없다.
◆경공제종술(輕功提踪術)
제종술은 추격술처럼보이는데...이것도 김용이 써먹은 수법이다. 아래 제운종이 훨씬 멋있잖은가?
◆일학충천(一鶴沖天),백학충천(白鶴沖天)
충천이란 위로 바로 오르는 모양이다. 학은 다른 새와는 달리 수직으로 올라가는 모양을 볼수 있다.
◆허공답보(虛空踏步)
허공을 밟고 가듯이 날으는 모양이다. 하지만 너무 직설적이지 않는가?

위의것보다 훨씬 멋지고 아름다운 이름들을 보자.

◆능공허도(凌空虛道,渡)
공중에 길이 있는것처럼 달리는 것이다. 말이 멋있다.
◆부신약영(浮身躍影)
몸이 붕뜨더니 그림자처럼 휙 사라져 버렸지만 왠지 여운이 남는다.
부와 약의 조화가 멋지기 때문이다.
◆궁신탄영(弓身彈影)
몸을 활처럼 구부리더니 핑하니 사라졌는데,역시 궁과 탄이 조화가 되어 멋지게 보인다.
◆어기충소(馭氣沖宵)
기를 끌어 모아 수직으로 솟아 오르는 모양이다. 일학충천보다는 더욱 신비로와 보인다. 그건 날개짓이 없어서 일것이다.
◆초상비(草上飛)
한림은 이 무공이름이 너무 좋다. 풀잎위를 나르는 모습이라니... 그렇지만 작품에선 써보지 못했다.(신탐무에서 한번 썼던가?)
◆상천제(上天梯)
중국 전설에 보면 처음에는 하늘과 땅이 이어졌다가 떨어지며 그 사이를 잇는 사다리가 있었다. 그걸 천제(天梯)라 한다. 이 천제는 높은 산마다 하나씩 있었는데... 자세한 얘기는 야랑전설에 나온다. 하늘사다리를 오르는 모양이니 그 모양을 상상해보라. 마치 허공에 사다리가 있고 한발한발 걸어 오르니 얼마나 신비한가. 경공,경신술중에서 가장 불가능한 모습이라 생각된다.
◆답설무흔(踏雪無痕)
눈위를 밟으나 발자국 하나 없다. 경신술을 나타낼때 가장 대표적으로 쓰이는 무공초식이다. 하지만 한림은 초상비가 더 좋다.
◆제운종(提雲踪)
구름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모습이니 손오공이 근두운을 탄 모습이다. 무당의 수법으로 쓰인다.
◆연대부운(蓮臺浮雲)
연대란 부처님께서 앉으신 좌대이다. 그 연대가 구름처럼 떠오르는 모습이니 상상이 갈것이다. 보통 가부좌한 상태로 떠오르는 초식으로 쓰이는데 내공의 고수만이 쓸수가 있겠다. 부공삼매를 생각해 보라. 소림수법이란걸 누구나 알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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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초식들이 과연 가능한가? 하지만 그냥 모양과 느낌을 나타내는 것이라 이해하는 독자들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반소설에서도 바람처럼 사라졌다고 표현해도 좋은데 왜 무협에선 그게 과장되어 보일까? 그건 그 결과를 묘사함에 있어 엉터리가 많기 때문이다. 무공이름이 붕산장(崩山掌)이라 해놓고 실제로 산이 한손짓에 무너지게 묘사하니 모든게 엉터리로 보이는 것이다. 그 예로 다음 초식이름을 한번 보자. 정말 가능한 얘기일까? 하지만 이들 초식은 실제로 자주 쓰이는 초식이름이다.

◆격산타우(隔山打牛)
산너머의 소를 두들긴다는 얘기이다. 이걸 그대로 받아들여 가능하게 묘사하는 작가가 있다면 어찌 되겠는가? 실제 무당의 면장같은건 창호지를 격하고 그뒤의 물체를 부술수 있다지 않는가? 창호지가 산으로 과장되었을 뿐이다. 김용의 작품중에 이 격산타우로 비꼬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느작품인지 기억이 가물하다. 격산타우란 초식이름을 듣고 벌벌떠는 무뢰한의 모습이 우스웠다.
◆비화타혈(飛花打穴)
꽃을 날려 점혈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꽃을 날려 점혈하는 모양을 그리는 작가가 있었다.그렇다면 앞의 미녀들이 나오는 초식은 모두 그 미녀들이 나와야 하는데...
◆천왕탁탑(天王托塔)
천왕이 돌탑을 밀어 올리는 모양인데 태산압정과 대비해 쓰면 좋다. 이런 초식은 아주 많이 등장하는 초식이다. 과연 돌탑을 밀어 올릴 장사가 있겠는가?
◆횡소천군(橫掃千軍)
너무나 유명한 초식이다. 한번 쓸어 천명의 군사를 넘어뜨리는 기세이지 실제로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초식이름을 짓는데 있어서는 과장이 필요하다. 아름다울려면 그정도 과장은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그 초식을 쓰는 동작이나 묘사에 있어서는 철저히 과장을 죽여야한다. 그래야만 초식이 더욱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위의 경공 경신술을 쓰는데 있어 조금 조심한다면 현실감을 죽이지 않고도 효과를 얻을수 있는 것이다. 초상비로 바람처럼 달려갔다고 묘사하면 그만이다. 초상비를 써서 풀잎위를 날아갔다고 쓸 이유가 있겠는가? 그럼 거짓말처럼 되는 것이다. 물론 작가나름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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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두번째 자연을 이용한 초식만들기로 들어가 보자. 자연을 이용하는건 사람이나 고사를 이용하는것보다 훨씬 쉽다. 중국에 관한 지식이 필요치 않으니까.
 
자연을 이용한 초식은 누구나 그 느낌을 쉽게 전달할수 있어 많이 애용되는 방법이다. 자연현상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것은 바람(風)이고 식물중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은 매화(梅)이다. 사군자중에서 매화가 가장 사랑받는 이유는 눈속에서 강인하게 피어나는 고고한 모습이 무공과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외 수많은 자연현상과 식물이 등장하는데 자연현상은 그 주는 느낌이 탁월하므로 무협소설에선 극히 많이 사용된다. 또 그리 많은 지식이 필요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그중 몇가지 예를 살펴 보기로 하자. 워낙 많으므로 한림이 가진 자료중에서 몇가지만 뽑아 보겠다.

◆회풍류(廻風擺柳),춘풍벽류(春風擘柳),광풍절지(狂風折枝),
선풍소엽(旋風掃葉),회풍발수(回風潑水),풍소낙엽(風掃落葉),
풍불수양(風拂垂楊);
회풍이나 선풍은 같은 말이다. 류(柳)나 양(楊)은 버드나무를 말한다. 바람과 버드나무는 뗄래야 뗄수없는 관계인 모양이다. 그건 다른나무와는 달리 버드나무가지가 축 늘어져 바람에 쉽게 흩날리는 모양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춘풍벽류에서 부드러운 봄바람이 버드나무를 쪼개는게 아니라 늘어진 가지들이 갈라지는 모양을 묘사한 것이다. 회풍발수는 폭포물이 바람에 흔날려 물이 쫙 뿌려지는 모습을 보인다. 낙엽에는 아무래도 소(掃;쓸어버림)가 어울리는 모양이다. 이중 멋있는 말은 춘풍벽류와 풍불수양인데 풍불수양은 바람이 늘어진 버드나무를 흔드는 모양인데 그냥 흔드는게-요-아니라, 날리는게-파-아니라 털어내는 모습이 멋지다. 이들 이름은 무공초식으로는 약한 느낌이 든다. 바람으로 강한 느낌을 줄려면 아무래도 광풍이나 한풍(寒風,朔風)을 쓰는게 좋다.

◆팔방풍우(八方風雨),만천화우(滿天花雨),화풍세우(和風細雨);
비(雨)는 풍처럼 매우 자주 쓰인다. 앞의 두가지는 너무도 유명한 초식이다. 팔방풍우는 몸주위로 검화나 암기가 쫙 뻗어나가는 모습이고 만천화우는 사천당문의 암기술을 쓸때 꼭 나오는 수법으로 하늘가득 덮은 암기가 꽃비로 묘사된 느낌이다. 화풍세우는 바람이 잦아들어 보슬비가 내리는 꼴이니 무공으론 약한 느낌이지만 오히려 으스스한 느낌이 들지않는가? 소리없이 적시는 독기가 느껴진다.

◆괴성점원(魁星点圓),성타구진(星打勾陳),적성환두(摘星換斗)
성횡두전(星橫斗轉),괴성척두(魁星剔斗),
은하횡공(銀河橫空),유성타지(流星墮地);
별은 꽃(花)대신 암기나 검화를 묘사하는데 쓰이는데 여기서 쓰는 초식은 상당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 초식들이다. 유성이 땅을 때리는 유성타지나 별이 구진(勾陳;북극성)을 때린다는 성타구진(실제로는 북극성을 때리는-가로지르는- 별은 없다.) 그리고 은하수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횡공은 쉬우면서도 머리에 떠오르는 그림이 상당히 아름답다. 그외에서 나오는 괴(魁)는 북두칠성의 앞국자부분 네별을 의미하고 두(斗)는 보통 북두칠성의 손잡이 부분 세별을 말하지만 가끔 북두칠성 전체를 의미하는 뜻으로 쓰이기도 했다. 괴성점원은 북극성을 보고 도는 북두칠성의 모양새를 나타내는 초식이름이다. 괴성척두는 아마 북두칠성의 앞부분이 손잡이 부분을 끄는 모양인것 같고, 성횡두전이란 보통 별은 밤하늘을 동에서 서로 가로지는데 비해 북두칠성만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모양이다. (현재 우리는 모든 별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회전하는걸 알고 있지만 옛사람들이야...) 적성환두란 일반 별을 따다가 중요한 북두를 만든다는 뜻이니... 북두는 아마 별중에서 최고로 꼽혔던 모양이다.

◆춘뢰주야(春雷走野),뇌경백리(雷驚百里),뇌천대장(雷天大壯),
뇌산소과(雷山小過),자전천운(紫電穿雲),춘운사전(春雲斜電);
자연현상중 가장 강한 현상은 뇌(雷)이다. 뇌란 천둥 또는 번개이다. 번개는 보통 섬전(閃電)이라하지만 뇌하나로 천둥번개를 같이 묘사한다. 모두 천둥번개가 멀리까지 퍼져나가는 모양을 의미하는 초식이름이고 마지막 자전천운은 보라빛(신비함이다) 번개가 구름을 꿰뚫는 모양이다. 옛사람들은 번개가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걸로 보았나? 춘운사전도 똑같은 말이다. 봄에 마른 번개가 많이 치는 모양이다.

◆쌍봉삽운(雙峰揷雲),선장퇴운(仙掌推雲),고운출수(高雲出手)
운횡서령(雲橫西嶺),흑운차일(黑雲遮日),흑운만천(黑雲滿天)
운연과안(雲烟過眼),개운직지(開雲直指);
구름은 보통 권장법에 많이 쓰인다. 태극권에 운수가 있다는걸 잘알것이다. 쌍봉삽운은 구름속에 두개의 봉우리가 우뚝 솟아 오르는 모습이고 선장퇴운이나 고운출수는 높은 산위의 구름을 신선이 걷어내는 모습이다.운횡서령은 구름이 서쪽(구름이 어디로 흐르던가?) 고개를 넘어가는 모습, 흑운차일이나 흑운만천은 먹구름이 해와 하늘을 가리는 모습이니 어떤 수법인지 짐작이 갈것이다. 운연과안도 마찬가지. 구름과 연기가 눈앞을지나가니 온통 캄캄하지 않겠는가? 이런수법을 깨는 수법으로는 마지막에 나오는 개운XX(開雲XX)를 많이 쓴다. 선장퇴운등도 괜찮겠으나 개운을 쓰면 눈앞이 확 걷히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삼환토월(三環套月),회중포월(懷中抱月),회두망월(回頭望月)
퇴창망월(推窓望月),월하송영(月下松影),한당월영(寒塘月影);
달은 둥근 모양을 나타내거나 아니면 분위기를 묘사하는데 쓰인다. 삼환토월은 달에 세겹의 테두리가 씌우는 모양 이고 회중포월은 둥근 달을 끌어 안는 모습인데 제법 많이 쓴다. 어떤 수법인지 그 동작이 보일 것이다. 다른건 분위기다.

◆경설난비(輕雪亂飛);
눈도 제법 많이 쓰는데 그중 눈송이가 분분히 휘날리는 모양을 나타낸 이 경설난비도 제법 멋있는 초식이다.

◆백홍관일,채홍관일(彩虹貫日),채홍경천(彩虹景天);
홍(虹)이란 무지개. 흰무지개나 색무지개나 모두 불가능한 해를 꿰뚫었다. (무지개는 해의 반대쪽에 있다.) 그래서 신비한 느낌의 초식이 된다. 검법에서 아주 많이 쓰는 이름이다. 채홍경천은 무지개가 하늘에 걸려 있는 모습인데 앞의 채홍관일에 비하면 너무 촌스럽지 않는가?

◆일락서해(日落西海),일월상회(日月相會),일출동산(日出東山),
일기피형(日奇披形),투천환일(偸天換日);
여기 나오는 해에 관한 초식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개운일출(開雲日出)같은 초식이 훨씬 낫다.

◆좌우봉원(左右逢源),기봉돌기(奇峯突起),천암경수(千巖競秀);
산이나 들에 관한 이런 초식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태산압정(泰山壓頂)같은 쉬운 초식이 낫다.

매화는 앞의 김용편에서 예를 들었으니 다른 것을 살펴보자.

◆양주수양(楊州垂楊),도발수양(倒拔垂楊),고등전수(枯藤纏樹),
등라반목(藤蘿絆木),독산고목(禿山孤木);
양주는 그이름이 말해주듯 버드나무의 고장이다.수서호옆길에는 그 유명한 버드나무숲이 이어져 있다. 그냥 버드나무가 늘어진 모습뿐이니 참 촌스러운 이름이다.고등전수나 등라반목은 모두 등나무가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모양이다. 독산이란 민둥산이고 그 민둥산에 홀로선 나무이니 독산고목은 위의 기봉돌기보다는 훨씬 운치있다.

◆추일소엽(秋日掃葉);
가을에 쌓인 낙옆을 쓸어 모으는 동작이지만 위의 바람이 쓸어 내는것보단 그림이 좋지 못하다.

◆천녀산화(天女散花),마축락화(馬蹴落花),이화춘우(梨花春雨);
하늘에서 선녀가 꽃을 뿌리는 모양의 천녀산화나 봄에 핀 배꽃에 내리는 이화춘우는 매우 아름다운 이름이다. 한림은 꽃을 너무 좋아한다. 말이 뒷발질로 떨어지는 꽃잎을 차는 모습도 아주 그럴듯하다. 말이 뛰어다니다가 우연히 떨어지는 꽃잎을 찰 확률이 얼마겠는가? 이 이름을 지은 사람은 정말 멋진 눈을 가졌다. 이런걸 퇴법초식에 쓰면 정말 멋질 것이다.

◆이화접목(移花接木),거석압목(巨石壓木);
이화접목은 도인기술의 극치로 표현하는 초식이름이다.접목은 보통 작은 잎눈을 잘라 접붙일 묘목에 붙이는데 그 눈이 자라 나무가 된다. 결국 손톱만한 힘을 들여 상대의 커다란 힘을 자기것으로 만든다는 묘용을 표현한 멋진 이름이다. 거석압목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너무 직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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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선보인 초식이름들은 예로 든것으로 자연을 이용한 수법은 끝도 없이 많다. 아마 이들 이름보다 더 멋진 이름을 생각해 내는건 어렵지 않을것이다. 남이 생각해내지 못한 이름, 직설적이지 않은 표현이 얼마나 읽는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지 잘 알것이다. 초식이름은 한마디로 시구를 만드는것과 같다. 글자하나가 전체 이름의 느낌을 바꾼다는걸 명심하자.

이젠 마지막 정리의 단계로 들어가자.

지금까지 수많은 예를 보았다. 이제 정리하는 의미에서 한번 되돌아 보자 기술적 이름짓기는 모양을 정확하게 전달하지만 독자들이 알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동물이나 자연,고사등을 이용하여 모양을 나타내는 것은 알기는 쉬우나 모양을 전달함에 있어 애매한 단점이 있다. 더구나 초식이름이 아름다울수록 독자는 더욱 이해하기 어려울것이다. 그럼 초식이름은 어떻게 지어야 하는가? 그건 작가가 쓰고자 하는 작품의 의도에 따라 잘 판단해야 한다. 이제 마무리 단계로 몇가지 점을 힌트로 주기로 한다.


[힌트1]
초식이름은 4자로 쓰는게 일반적이다.(단,기술적이름짓기는 조금 다르다). 형용사+주어+동사+목적어 순이다.

[힌트2]
초식이름짓기에서 가장 중요한 글자는 [동사]선정이다. 대개 무공용으로 쓰는 동사는 손수(手)변의 글자가 많다. 옥편의 손수변 동사만 활용해도 어지간한 무공초식을 만드는덴 지장이 없다.

[힌트3]
무기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는 대개 그 활용법에 있어 조금씩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찌르기를 보면 창으로 찌를때는 찰(札;손수변),뭉뚱한 봉으로 찌를때는 착(),검으로 찌를때는 자(刺)를 쓴다. 또 휘두르는 동작도 회(回),소(掃),륜(手+侖)등인데 소는 정강이부분을 목표로 하고 륜은 가슴부위를 목표로 한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특히 륜은 무화(舞花)와도 비슷한 동작에도 쓰인다. 하지만 이런걸 세세히 알 필요는 없다. 무예가중에서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테니 일반 독자는 거의 구별하지 못한다. 하지만 굳이 정확성을 기할려면 평소 많은 동작을 구별하는 눈을 길러야한다.

[힌트4]
기술적 이름짓기의 방식은 굳이 초식이름에 사용하지 않아도 동작묘사에 활용하면 좋은 글이 된다. 특히 보법은 동작묘사에 아주 좋다.

[힌트5]
동물을 활용할땐 등장인물의 성격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인물의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동물은 역효과이다. 또한 동물마다 무공특성이 있으니 앞의 자료를 잘 활용하면 큰 무리는 없을것이다.

[힌트6]
아주 강렬한 동사를 쓸땐 그 목적어로 사람이나 동물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참(斬), 자(刺),격(擊),파(破),타(打),단(斷)등에 살아있는 것이 따라오면 듣기에도 끔찍한 모양이 된다. 앞에 예를 든 고조참망이나 무송타호,직도황룡등 은 고사를 참조해서 만든 이름이지만 좋은 이름들은 아니다. 물론 악당의 초식에 쓰면 대비가 되겠지만...
유명한 무공중 개방의 타구(打狗)봉법이 있고 그 초식 대부분이 개를 두들겨 패는 모습들이다. 이 타구봉법은 거지와 짖어대는 개를 잘 대비시켜 주어 끔찍하다기 보다는 해학적인 느낌이 든다. 이런 경우는 예외로 봐야 하겠다.

[힌트7]
김용처럼 아주 시적인 초식을 만들어 내는데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용도 많은 초식을 옛 문헌에서 따왔다. 고시나 고문등을 보다가 적절한 어귀가 있으면 모아두었다가 써먹으면 정말 멋진 초식이 된다. 특히 시는 좋은 어귀의 보고이다. 고시한편에서 멋진 초식 하나는 집어낼수 있을것이다. 주역 또한 많이 애용되는데 시보단 아름답지 못하다. 앞에서 예를든 항아분월, 이나 거석압목등은 주역의 육십사괘에서 나왔다.

[힌트8]
무협에는 중과 도사가 거의 등장한다. 이들이 쓰는 무공은 도교나 불교의 특성에 따라야 한다. 도교는 대개 자연을 기초로 하는게 많다. 특히 태극(太極),양의(兩義),삼재(三才),사상(四象),오행(五行),육합(六合), 칠성(七星),팔괘(八卦),구궁(九宮), 그리고 이십팔수(二十八宿)등은 도교의 무공초식과 이름에 잘 어울린다. 점복술의 십간(十干),십이지(十二支)등은 도교의 냄새보단 민간의 냄새가 더 많다. 양의는 음양, 삼재는 천지인, 사상은 청룡,백호,주작,현무 또는 태양,소음 태음,소음을 말하기도 한다. 오행은 목화토금수이고,육합은 십이지가 서로 합하여 오행이되는것으로 십이지를 시계숫자로 놓고 반을 갈라 수평으로 이으면 된다. 예를 들어 자-축이 합하면 토가되고 해와 인이 합하면 목이 된다는 등이다. 진법에 사용하면 좋은 경우다.칠성은 북두를 나타내는 것으로 일곱개의 별이 사용되고 팔괘는 여덟방위를 나타내는 말로써 건곤손간감리진태이다. 구궁은 구성(九星) 또는 구기(九氣)라고도 하며 팔괘의 방위에 중앙을 합친것으로 중궁,건궁...등으로 이름한다. 또는 별을 사용하여 일백수성,이흑토성....등으로 부르기도 한다.십간은 갑을병정... 십이지는 자축인묘... 이십팔수는 하늘에 떠있는 스무여덟개의 성좌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가 오리온자,전갈좌등으로 부르는 것들이다.

[힌트9]
불교에서 쓰는 이름은 소림무공이 너무 유명하므로 거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불교는 아주 특이한 이름들이 많다. 특별히 몇가지 본다면 바로 인계(印契)이다. 인계는 부처님의 손모양에서 나온것인데 부처상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수인(手印)이라고도 한다.부처님의 손모양을 무공에 넣으면 불경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 모양이 무척 아름답다. 몇가지 예를 보면 석가부처의 근본오인인 선정인(禪定印) 또는 삼마지인(三摩地印) -단전호흡할때 이 모양을 따라한다.-,항마촉지인(降魔觸地印),전법륜인(轉法輪印),여원인(與願印), 시무외인(施無畏印)이다. 이외에 지권인(智拳印),구품인(九品印)등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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